“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
창극 무대를 종횡무진 누벼온 우리 소리와 기악의 별들이 남원에 모여 푸진 잔치를 벌였다.
국립민속국악원(원장 왕기석)이 ‘창극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던 ‘2019 대한민국 판놀음’이 지난달 30일 한 달간의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10월 9일부터 30일까지 ‘창극, 오늘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 예음헌, 놀이마당에서 매주 다채로운 창극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지난달 30일 오후 7시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열린 폐막공연은 ‘20세기 최고의 공연 양식’이라 불리는 ‘창극’의 전성기를 누비며 역사를 써내려온 명인과 명창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귀한 자리여서 시작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국악인 박애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무대는 명인·명창 21명의 진한 호흡으로 채워졌다.
국립민속국악원 무용단의 진도북춤과 기악단의 반주로 구성한 여는 무대 이후 ‘창극의 별’을 한 명씩 차례로 무대로 불러냈다.
첫 창극 무대는 흥보가 ‘박 타는 대목’과 ‘각설이 타령’으로 꾸몄다. 흥보의 큰아들 역을 맡은 윤충일 명창은 이날 출연자 중 최고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열정으로 재치 있는 연기를 펼쳐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지는 흥보가 ‘화초장 대목’에서 놀보로 분한 조통달 명창은 시원한 목청과 익살맞은 연기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김일구·서진희 명창이 부녀로 만난 심청가 ‘심봉사 눈 뜨는 대목’에서는 애틋한 감정이 전해졌다. 일부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수성반주로 ‘명불허전’의 이름을 빛낸 김무길·김청만·원장현·한선하·이태백·김성아 명인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2부 첫 순서인 시나위를 연주해 식지 않는 국악의 혼을 입증했다.
이날 가장 큰 호응을 이끌어냈던 무대를 꼽자면 토끼 역의 안숙선 명창과 용왕 역의 왕기석 명창이 함께 한 수궁가 ‘토끼 배 가르는 대목’이 있다. 두 명창은 본래 제 옷을 입은 듯 섬세한 소리를 뽐냈다. 안숙선 명창이 선보인 토끼의 앙증맞은 발맵시는 관객들의 흥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왕기철 명창과 박애리 명창의 만남, 춘향가의 ‘사랑가’는 몽룡과 춘향의 풋풋한 사랑을 보여줬다. 이어 왕기석 명창이 춘향가 ‘어사장모 상봉 대목’을 통해 몽룡 역으로 등장, 월매 역의 김영자 명창과 능청스러운 이야기를 풀어냈다.
대한민국 여류명창의 오늘을 담아낸 남도민요 ‘육자배기’, ‘흥타령’ 무대는 이날 마지막 순서를 장식했다.
흥보가, 심청가, 춘향가, 수궁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눈 대목만을 모아 들려준 이번 공연은 국내 최고의 명인·명창을 한 자리에서 만나며 ‘귀 호강’한 특별한 자리로 남았다.
왕기석 국립민속국악원장은 “창극의 살아있는 역사인 명인·명창을 망라하는 ‘명불허전’으로 ‘2019 대한민국 판놀음’의 대미를 장식했다”며 “이 시대 우리 소리와 기악의 별, 명인·명창분들의 건강과 천행을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