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군수-전북체육회장 ‘낙점’ 할까

위병기 정치·경제 에디터

위병기 정치·경제 에디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 통치자를 낙점할때 대부분 적장자 원칙에 따랐다. 정실부인에게서 태어난 장남으로 낙점해야만 정통성 시비가 줄어들고 혈육간 투쟁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성리학적 지도이념을 표방한 조선시대는 더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조선시대를 통틀어 27명의 왕 중에서 적장자는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순종 등 7명밖에 되지 않는다. 7명의 적장자들도 대부분 치적이 시원치 않다.

태종이나 세조의 경우에서 보듯, 실력을 갖춘이는 적장자가 아니더라도 왕이 되고 통치권자로서 뚜렷한 성과를 냈으니 참 아이러니다.

오래전 로마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역사상 인류가 가장 큰 행복과 번영을 누린 시기는 언제일까’란 물음에 영국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기번은 ‘도미티아누스가 죽고 콤모두스가 즉위하기까지의 기간’이라고 했다. 네르바 황제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재위기에 해당하는 소위 ‘오현제 시대(96~180년) ’를 말한다. 5현제 시대는 우연히 현명한 황제가 잇따라 나타난게 아니다.

황제들이 자신의 적자가 없는 상황이 되자 기막힌 꾀를 냈다. 이미 재능과 성품을 인정받은 사람을 자기 사위로 삼거나 양자로 삼은 것이다. 오늘날로 치면 재벌들이 무조건 아들에게 총수 자리를 물려주지 않고 전문경영인을 사위로 삼아 자리를 넘긴 격이다. 하지만 최고 번성기를 구가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적자(콤모두스)로 이어지면서 제국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낙점 얘기를 하다보면 요즘 지역의 화두인 진안군수 선거와 전북체육회장 선거를 빼놓을 수 없다.

이항로 군수가 낙마하면서 내년 4·15총선때 치러질 진안군수 선거전에는 무려 10명이 넘게 거명된다. 앞으로 약 2개월후 출소 예정인 이항로 전 군수를 면회하기 위한 입지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면회일정 잡는게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선거법으로 낙마하긴 했으나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직전 군수의 마음을 얻는게 급선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편에선 ‘이심전심(李心全心)’이라는 말도 들린다. 이항로 전 군수의 마음이 오랫동안 함께 호흡해온 전춘성 국장에게 쏠리고 있다는 의미다. 핵심은 과연 진안군수 후보를 민주당이 공천할지 여부다.

규정은 문구에 불과할뿐 당 최고위에서 얼마든 바꿀 수 있다. 안호영 지역위원장의 의중이 절대적인데 총선과 맞물리면서 큰 고민 하나가 있다. 특정인을 공천했다가 잘못하면 모두를 적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안 위원장의 결단이 쉽지 않다. 집권당인 민주당으로선 당연히 공천권을 행사해야 하나 일각에선 “공천하지 말고 군민에게 겸허하게 뜻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전북체육회장 선거 역시 뜨거운 감자다. 핵심은 송하진 지사가 선대위원장을 지냈던 김광호 흥건사 회장을 과연 ‘낙점’하느냐다. 만일 예상대로 김 회장을 낙점할 경우 현재 거명되는 인사중 고영호, 라혁일, 김병래, 박승한, 윤중조 씨 등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이들 역시 지사가 자신을 낙점하거나 선거 과정에서 최소한 중립을 지켜줬으면 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박승한씨의 경우 특정인 낙점 여부에 관계없이 끝까지 레이스를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최종적으로 2파전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자기 사람을 철저하게 챙기는 송 지사의 스타일을 보면 김광호 회장이 낙점받을 것이라는게 중론인데 이에 관계없이 결승점까지 가겠다는 사람이 있기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래저래 송하진 지사나 안호영 의원의 최종 결단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