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약속한 탄소산업, 정부·여당이 반대하다니

탄소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적 컨트롤 타워인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의 설립 근거가 되는 탄소소재법이 정부·여당의 반대로 20대 국회 통과가 어렵게 됐다. 탄소산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전북 방문 때 일본의 수출보복 조치에 맞서 국가 100대 핵심 전략소재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확약한 사항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9월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질의답변에서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설립 취지와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었다.

그런데도 지난 2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소위에서 탄소소재법이 다시 계류되고 말았다. 기획재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때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가 약속한 사안을 정부와 여당이 뒤집은 격이다.

기획재정부와 민주당 법사위 간사의 반대 논리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최근 공공연구기관 통폐합 추세와 맞지 않고 기존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나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과 기능이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인 탄소산업 육성을 위해선 국가차원의 컨트롤 타워인 탄소산업진흥원 설립이 시급하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나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탄소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전체 예산의 1% 수준에 불과한 데다 지원도 산발적으로 이뤄져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탄소산업 육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동차와 반도체 이후 국가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유망한 데다 이번 일본의 수출보복 조치에서 보듯이 국내 핵심 소재산업 육성이 절실한 만큼 기재부와 민주당의 정책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전라북도와 전북 정치권의 정치력과 대응 능력도 문제다. 전라북도가 대통령의 탄소산업 육성 약속만 믿고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의 반대 입장을 사전에 파악해서 치밀한 대응 논리를 세웠어야 했지만 이를 간과했다. 전북 정치권도 탄소소재법이 2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결했어야 했다. 전북 출신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있지만 소관 부처인 기재부 하나 설득 못한 것은 정치력의 한계를 보인 것이다.

올 12월이나 내년 2월에 열릴 수 있는 임시회를 대비해서 전라북도와 전북 정치권은 탄소소재법 국회 통과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지역 최대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표만 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