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군 의회 행정사무감사가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면서 의회 스스로가 그 기능과 역할을 저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군 의회는 26일 문화관광과 소관 업무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면서 현재의 부서장을 포함해 최근 해당부서의 과장을 역임했던 5명의 증인 또는 참고인을 소환하는 의회 사상 초유의 상황을 연출해 냈다.
하지만 행감 전 증인 채택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이미 포커스가 어떤 사업에 맞춰지고 군 의회의 의견이 어떤 방향으로 모아졌는지도 예견 가능케 함으로써 행감 자체가 가지는 막강한 중압감 따위는 사라졌다는 게 주변의 반응이다.
군 의회는 이날 태권브이랜드 조성사업에 관한 질의만으로 오전 감사를 소요했다.
이해연 위원은 “태권브이랜드를 조성하는 취지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증인(현 문화관광과장)으로부터 “지역홍보 효과와 구천동으로의 관광객 쏠림현상 해소, 관광자원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유도해 지역소멸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는 등 사업의 필요·타당성에 대한 답변을 이끌어 냈다. 이어 “언론의 지적으로 마치 이 사업이 민둥산에 깡통 하나 얹어놓은 것 같은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전락해버린 것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행정은 물론 의회까지도 상당한 이미지 실추를 가져왔다”며 언론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행정의 책임을 추궁했다.
여기까지였다. 이날 행정사무감사위원들의 한결같은 귀결점은 “이 사업은 꼭 추진해야만 한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윤정훈 위원은 “지역의 관문이라든지 관련성이 있다든지 장소의 선정은 매우 중요하다. 사업비가 50억 정도 남은 상황에서 추가 예산확보까지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의 뒤에 “잠시 언론의 지적이 있었다고 주춤거리지 말고 소신껏 추진해 달라”고 등을 떠밀었다.
뒤이어 박찬주 위원으로부터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지, 그만두어야 하는지, 축소해야 하는지”라는 질문에 대해선 박희영 산업건설국장(전 문화관광과장)만 “돈과 시간이 문제다. 현재 이 상태, 이 기능, 이 콘텐츠라면 사업추진에 회의를 느낀다. 현재 사업비만으로는 무리가 따른다”는 추가 답변을 했을 뿐 5명의 증인 또는 참고인들은 “사업은 꼭 추진되어야 한다”는 같은 의견을 내놨다.
태권브이 랜드 조성사업이 특색 있는 무주만의 랜드마크를 갖추고 기존의 관광자원과 연계시켜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한 훌륭한 구상이었고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것쯤은 무주군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비록 일부 언론이었다지만 주변경관과의 부조화, 안전성, 막대한 유지관리비용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행정도 의회도 속 시원한 해결책 하나 내놓지 못하면서 사업의 필요·타당성만을 외치고 있다.
자치단체의 행정전반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잘못된 부분을 적발·시정 요구할 수 있게 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 의회 행정사무감사다. 집행부와 의회가 정답게 손잡고 떠나는 여행길이 아니다. 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비판의 목소리에는 귀를 멀리한 채 이미 투입된 예산걱정, 구겨진 체면들만을 걱정하는 두 기관의 행태를 걱정하는 주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