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폭은 한정돼 있고 차량수는 매년 늘어나면서 현대 도시들이 겪고 있는 공통 문제는 바로 교통체증이다.
교통체증이 늘면서 대중교통수단들도 정체되고 급기야 폐지되는 수순을 겪을 수 밖에 없는데, 시드니의 트램의 경우 폐쇄 위기까지 갔다가 다시 활성화 수순을 밟고 있다.
△다시 전성기를 맞는 호주 시드니 트램
시드니 트램 네트워크는 1879년부터 1961년까지 도시 외곽 위주로 운행해왔다.
전성기때에는 이 트램이 대중교통 수단으로 영국 연방 가운데 가장 각광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승객들이 목적지에 따라 기차와 트램을 번갈아 환승하면서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전에는 전차를 통해서만 도심의 목적지로, 또는 교외지역으로 여행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30년대 트램 운행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한번에 약 1600대의 차량이 운행되는 전성기를 맞았다.
시드니 기차역에서 피트스트릿을 따라 써큘러키 지역으로까지 이어져 있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자가용 등 늘어나는 차량과 버스들에 밀려 트램이 교통혼잡을 더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면서 1930년대 후반부터 점진적으로 노선이 폐쇄되기 시작했다. 시 정부는 트램을 잠정 폐쇄한다는 정책까지 내놓았다.
그럼에도 트램이용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여론도 만만치 않자 시 정부는 1950년대 초 트램 폐쇄정책을 폐지했다. 트램이 더 이상 늘어나는 일은 없었지만, 시 정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교통체증의 원인이 트램이 아니라 자동차 증가가 주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도심 곳곳에 트램이 다시 운행하기 시작하고 현재는 시드니 중심가 도로인 ‘조지스트릿(George Street)’까지 트램 신설 노선 공사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공사를 위해 곳곳에서 교통통제도 이뤄지고 있었다.
실제 현장을 찾아보니 현재 조지스트릿에는 10여분 사이로 60m길이, 최대 500명까지 탑승이 가능한 현대식 트램이 노선공사를 마치고 시범운행 중이었다.
일부구간에서는 전통적으로 트램위에 전선을 잇는 것이 아닌 정류장 마다 충전후 다음 정류장까지 달리는 무선 충전식 트램인 무가선 트램도 도입될 예정이란다.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성도 높았다.
트램 교통카드와 시드니 시내 하버브릿지 등 크고 작은 하버들을 오가는 배편과도 연계돼 있어 편리했다.
시드니에서 트램에 탑승하기위해서는 이 교통카드를 사용하는데, 이 교통카드는 편의점이나 터미널 인근 티켓 발매기에서 구입한 뒤 충전하면서 사용하는 형태이다.
요금은 트램 정류장 한쪽 기둥처럼 생긴 인식기에 대면 자동으로 요금이 차감된다.
우리나라 지하철 같은 보증금 개념이 없고 한번 카드를 구입한 뒤 그 카드에 충전하면서 사용하면 할인폭이 커지는 형태이다. 우리나라 지하철 일회용 교통카드에도 도입할 만한 시스템이었다.
전주시와 시드니 시의회 교류 증진 자리에서 만난 로버트 쿡 시의회 의장은 “시드니 시의 교통량이 늘면서 메인스트릿인 조지스트릿의 트래픽(교통체증)이 심각해졌다. 그래서 도로 한쪽을 아예 양방향의 차량통행을 막고 신규 트램노선을 설치하는 한편, 자전거길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트램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눈에, 트램의 성지 멜버른
멜버른 트램은 1960년대 자동차의 번성기와 맞물려 전세계적인 트램 폐쇄 정책과 달리 그대로 유지한 도시로 현재 세계 최장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연장은 250km, 노선은 26개 노선에 달하며, 정류장은 1763곳에 달한다. 트램 차량대수는 487대이며, 수송인원은 연간 2억명에 달한다.
멜버른은 초 트램도입부터 현재까지 그 역사와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트램 설치 및 운행을 위한 여러 가지 현장 조건에 맞는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지역이다.
도심에서 외곽 나가는 노선은 서로 분리하고, 고속으로 운행 가능한 전용 구간을 설치해 이동성을 향상시키는 한편, 도심에서는 여러 노선이 만나 환승을 용이하게 하고 많은 트램 차량이 저속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특히, 도심 관광 편의와 경제활성화를 위해 트램 무료 순환 노선으로 ‘시티서클’을 운영 중이며, 2015년부터 도심내 트램 이용이 전면 무료화됐다.
무료구간 내 승하차가 자유롭기 때문에 비교적 유동인구가 적은 시간대에도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멜버른에서 무료트램 구간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멜버른 트램운행은 멜버른시가 민간운영사에 위탁해 손실을 보존하고 연 6%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형태인데, 최근 무료구간 운행을 지속하기로 일단락 됐다.
수익의 일부는 트램 전체를 광고매핑을 하는 등 부가수익도 창출하고 있으며, 매핑된 트램 역시 도시경관과 조화를 이룬다.
△직접 트램 타보니
도심 중심을 달리는 트램은 흔들림 없이 천천히 나아갔다. 시속은 10~20km 정도, 워낙 천천히 운행하다 보니 트램 바로 앞에서 행인들이 스스럼없이 도로를 건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행인들이 행여 트램이 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까. ‘땡, 땡’ 울리는 종소리도 들린다.
이 종소리는 초창기 트램에 메달고 직접 손으로 치는 종소리를 그대로 녹음한 것이라고 한다. 이 종소리는 최신식 트램에도 그대로 도입됐다. 과거의 것을 기억하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트램 한쪽으로는 승용차들이 달리는 구간도 눈에 띄었다.
어떤 구간에서는 트램이 선로를 지나가는 소리가 거칠었다. 함께 동행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최신식 선로의 경우 소리가 거의 없지만, 구선로도 그대로 이용하면서 소리가 좀 더 크게 들리고 거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선로와 현재선로가 그대로 공존하고 있는 것이었다. 간혹 앞모양이 우리나라 KTX 형태로 된 트램도 눈에 띄었다.
공기저항을 줄이고 트램몸체를 도로에 붙이면서 행인들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최신식 미래형 트램이었다. 그런 가운데, 과거 초창기 트램들도 종종 도심을 오갔다.
멜버른 도로에서 우선순위는 보행자, 자전거, 트램, 일반 자동차 순이다.
일부 자전거 도로와 트램노선과 정류장 사이에 있는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던 시민들이 트램이 멈추자 트램에서 승하차 하는 시민들을 위해 멈춰서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 곽재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트램연구단장
“트램은 친환경적이고 도시 재생에 효과적입니다”
호주 멜버른 트램 취재와 함께한 한국철도기술원 곽재호 트램연구단장의 말이다.
곽 단장은 “호주 멜버른의 특징은 보행자들, 시민, 관광객들이 친환경적으로 도시 곳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며 “특히 도시 중심가에서는 관광객 등 이동수요가 많은데, 자동차 진입을 막기위해 무료 운행중인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백억 달러의 적자를 감수하고도 무료트램을 운행하는 이유는 시민들에게 보행권을 제공하고 관광활성화를 통한 도시 발전 측면에서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곽 단장은 “우리나라는 자동차 중심의 도로 운행 패턴인데, 호주 트램처럼 보행자, 인간 중심의 도로 형태로 발전돼야 한다”며 “도시가 발전하게 되면 도시 중심부는 사람과 자동차가 몰리게 되는데, 그 대안으로 트램을 추천할만하다. 신형 트램 한 대는 버스 4~5대와 같은 운송효과가 있고 전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며, 이를 통해 도시가 재생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