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인구정책

권순택 논설위원

지난 2012년 출산장려금 제도를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해남군은 지난해 출산율이 1.89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전북의 출산율 1.04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해남군은 첫째 자녀를 낳으면 300만원, 둘째 350만원, 셋째 600만원, 넷째 이상은 720만원을 지급하면서 한때 출산율이 2.47명까지 올라가도 했다. 그렇지만 해남군의 인구는 2009년 8만1000여 명에서 지난해 7만1900여 명으로 계속 감소 추세다. 해남군이 출산율은 높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출산장려금만 받은 뒤 다른 지역으로 전출 가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해남군의 출산장려금 제도를 ‘좋지 않은 사례’로 꼽았다. 일시적인 출산지원금으로는 인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 낳기 보다는 아이 키우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지 않고는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없다.

전라북도가 엊그제 인구 유입정책으로 모든 체류자에게 도민증을 발급해서 거주자와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고 청년들에게 정착지원금 지급과 출향인의 고향 회귀 유도정책을 펼치기로 했다. 인구 180만명 붕괴를 앞둔 절박한 상황에서 인구 늘리기를 위한 묘책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실효성을 못 거두고 있는 출산장려금 제도처럼 이러한 인구 유입정책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도민증 소지자에게 박물관이나 체육관 등 공공시설 이용료를 할인해주고 청년 취업자에게 1년간 월 30만원씩 지원하는 인구 유인책은 그야말로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구 늘리기는 자치단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나서야 할 문제다. 유럽의 고출산국가들을 보면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때 출산율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했던 프랑스가 출산 강국이 된 데는 결혼과 보육 양육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결과다. 프랑스는 총 GDP의 2.94%를 저출산 해결에 쓰고 있고 2017년 합계출산율이 2.07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우리나라는 GDP의 1.19%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여기에 국가균형발전을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과 교육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지방에도 좋은 일자리와 교육 환경이 만들어지면 젊은층이 지역을 떠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