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날이면 자동차에 먼지가 뿌옇게 쌓입니다. 우리 회사에는 먼지가 날리는 시설이 없기 때문에 저 더미(슬래그 더미)에서 오는 것 같아요.”
28일 군산시 소룡동 군산항 인근. 슬래그를 재활용하는 A업체에는 수만 톤의 슬래그가 쌓여있었다. 바람이 불자 먼지가 자욱하게 날리고 형용하기 힘든 악취도 풍겼다. 먼지 날림을 막기 위한 방진막을 설치했지만 슬래그 더미를 제대로 덮지 못해 바람에 나부끼며 제 기능을 상실한 모습이다.
군산항 인근에 수만 톤의 슬래그(slag·광재)가 쌓여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비산먼지가 날리고 악취가 발생하는 등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환경오염도 우려된다.
인근의 한 근로자는 “심한 냄새와 먼지 때문에 직원들 불만이 많다. 우리끼리 이러다 암에 걸리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하고 있다”며 “바람이 부는 날이면 자동차에 먼지가 뿌옇게 쌓인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근로자는 “악취와 먼지가 말도 못하게 발생한다. 우리(회사) 마당이 부풀어 오르는 융기현상이 있는데 회사 옆에 산처럼 쌓인 슬래그 더미 무게 때문인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슬래그는 광석에서 금속을 분리하는 과정에 생기는 찌꺼기를 가리킨다. 폐기물이지만 10㎝ 이하로 파쇄 처리하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토 작업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곳에 쌓인 슬래그는 군산국가산업단지에 있는 한 철강업체에서 나온 것이다. 이 철강업체가 A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지난 2009년부터 연간 25만 톤 가량의 슬래그 처리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철강업체 관계자는 “슬래그 처리 의무는 A업체에 있다. 일을 맡기며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는데 지난해 12월 계약관계가 끝나 (현재) 개입하기 부적절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A업체 측은 합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업체 관계자는 “민원이 자주 제기돼 방진막 보수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아 진행하는 일이다. 슬래그를 빨리 반출하고 싶지만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원이 빗발치고 있지만 산업단지를 관리·감독하는 군산시는 불법 사항이 없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관련법상 슬래그를 노지에 보관할 수 있다. 강제할 규정이 없어 개입이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