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0여명 주민들이 살고 있는 작은 시골 마을 가까운 곳에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섰다. 얼마가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역한 냄새와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마을에 불행이 시작됐다. 주민들이 하나둘 병을 얻어 투병생활을 하다 사망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장이 들어선지 18년. 병을 얻은 주민은 22명이나 됐다. 이들 중 14명이 세상을 떴다. 10년 전쯤에는 공장에서 배출된 폐수로 인해 마을 방죽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익산 장점마을 이야기다.
주민들은 수년 동안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대책을 얻지 못하자 직접 조사에 나섰다. 주민들이 지목한 곳은 비료공장. 오랫동안의 조사 끝에 이 공장이 담뱃잎 찌꺼기를 가공해 비료를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은 담배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 폐기물이다. 문제가 있었다. 연초박이 연소 과정에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을 발생시키는 물질이었던 것이다.
최근 환경부가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이 이곳 비료공장에서 배출된 발암물질 때문이라는 주민건강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 공장은 퇴비로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꽤 오랫동안 비료의 원료로 들여와 사용했다. 비싼 유기질 비료를 만들기 위해 연초박을 들여온 곳은 KT&G 신탄진 공장.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들여온 양만도 2242톤이나 됐다. 퇴비로나 사용할 수 있는 폐기물이니 아마도 값싸게 구했거나 외레 처리비용을 받고 얻어와 비료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 문제는 이미 오래전에 피해를 호소해온 주민들에 의해 수차례 제기됐다. 그러나 그때마다 돌아온 것은 공장에 대한 행정처분이 전부. 그동안 10여 차례의 행정처분을 받았던 공장은 지난 2017년 폐업했으나 마을의 비극은 이미 막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른 후였다.
‘연초박’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공장처럼 연초박을 퇴비로 쓰기 위해 반입한 공장이 전국적으로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알려지기로는 도내에도 익산의 또 다른 업체와 완주의 업체에서 연초박을 위탁해 처리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비료공장인 이 업체들이 퇴비로 쓸 연초박을 비료를 만드는 원료로 쓰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아무래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돌아보면 ‘연초박’과 같은 유해물질은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많다. 장점마을의 교훈이 새삼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