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 마지막 남기고 가신
발자국에 낙엽이 뒹군다.
첫눈이 내리기 전에
임이 가신 흔적을
두루두루 잊지 않고 찾아서
눈물 자국 마르기 전에
임에게 소연昭然 되고 싶어
한없이 뒹굴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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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연’되고 싶다는 어휘에 질투심이 은근히 치밀어 오른다. 과연 나는 누구에게 소연 된 적이 있었던가. 내장산 단풍에 물든 계곡물이 왜 시퍼렇던가를 누가 아는가. ‘붉음’이 멍이 들면 ‘시퍼렇다’라고 말해 준 그 임이 가을이면 낙엽으로 온다. 몸부림친다. 뒹군다.
가을을 붙잡고 놓치지 않으려는 발자국에 낙엽은 바람이 시키는 대로 뒹구는 법. 낙엽이 지나간 흔적은 화자의 가슴에 떡살 문양처럼 새겨져 있을 거다. 그래도 가을은 가고 있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