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흐름과 N세대

구사회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나는 한국 고전문학 전공자로 대학에서 고전시가나 고전문학사와 같은 과목을 강의한다. 요즘에는 고전문학이라도 옛날처럼 칠판에 써가며 강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르치는 나도 배우는 학생도 파워포인트를 화면에 띄워놓고 발표하고 그것을 토론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발표 준비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가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내가 가르치는 과목 내용은 내 낡은 자료집보다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잘 정리되어 있다. 게다가 구닥다리 교수인 나는 신세대 젊은이들의 컴퓨터 다루는 기술이나 인터넷 활용 능력을 따라갈 수가 없다.

흔히 요즘 젊은이들을 ‘N세대’라고 말한다. ‘N’은 ‘Net’을 말하고, 그것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들 N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을 무기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당연히 여긴다. 이들이 기성세대와 다른 것은 기존의 텍스트보다 사진과 영상을 선호하여 그것을 통해 정보를 주로 습득한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변화와 흐름을 즐기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반면에 우리 기성세대는 스스로 변화에 잘 적응한다고 자위하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흐름이 빨라진 현실에서 대처 능력이나 적응력이 뒤떨어진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변화와 흐름보다는 전통과 안정을 선호한다. 그러다가 자칫 광화문 앞의 태극기 부대처럼 고집불통의 노인네로 전락하고 만다.  

대중문화의 향유에도 차이가 있다. 우리 기성세대는 그래도 하나 정도의 신문을 구독하여 읽고 저녁시간에는 정규 방송을 선호한다. 그런데 N세대는 그것보다는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선호하며 그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장래 희망으로 대학교수보다 유튜버를 선호한다. 몇 년 전에 젊은이들이 그렇게 선호했던 파워블로거도 지나간 직업이다. 이제 젊은이들은 유튜버가 되지, 파워블로거가 되겠다고 하지 않는다. 그만큼 세상 흐름도 빨라지고 젊은 세대의 직업 취향도 달라지고 있다. 몇 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가 힘들다. 참고로 이것은 예전의 우리 기성세대가 지망했던 안정된 직업관과 많은 차이가 있다.

요즘에는 과학기술만큼 문화 패턴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컴퓨터 분야는 전문가들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제반 흐름이 빠르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변화가 느리다는 국문학 분야도 오늘날에는 연구 영역이나 방법이 빠르게 확장되며 변모하고 있다. 요즘 젊은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예술 영역도 너무 새로워서 우리 기성세대는 따라가지 못한다. 심지어 최근 나오는 예술 영역은 아직 명칭이 마련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들이 만들어낸 예술은 한 장르에 연극도 있고 미디어도 들어가고 영화와 음악도 들어간다. 미술과 연극이 섞여 있기도 하다. 이처럼 N세대들이 향유하고 꿈꾸는 예술 세계도 기성세대가 지향하는 세계와 많이 다르다.

어차피 미래는 이들 젊은이들의 세상이다. 이들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주도할 날도 멀지 않았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며 바뀌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들 젊은이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지향하는지도 모르고, 정치인을 비롯한 우리 기성세대들은 헛발질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N세대는 우리 사회가 정의롭고 공정하기를 바라는데, 기성세대는 그것에 대한 감성지수가 낮다. 이들 젊은이들은 새로운 세상을 원하는데, 기성세대는 아직 반세기 이전의 냉전 이데올로기에 갇혀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구사회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