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하실래요?” 동네 사람들의 어설프지만 따뜻한 위로

극단 동네, 지난 7~8일 전주 아하아트홀서 창단공연
한영애 대표 “연극인이 자기 이야기하는 무대 만들 것”

직업도, 연령도 다른 ‘진짜 동네 사람들’이 어설프지만 진솔한 창작극으로 연극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지난 7~8일 전주 아하아트홀에서는 ‘극단 동네’의 창단 공연 ‘술 한 잔 하실래요?’가 세 차례에 걸쳐 관객들과 만났다.

이번 공연은 전주지역의 평범한 동네 사람들이 모여 연극에 도전하기로 하고 팀은 결성한 지 6개월 만에 올리는 첫 창작극이다.

단원은 모두 33명이다. 이 중 전문적으로 연극을 공부하고 무대를 경험한 사람은 한영애(52) 대표가 유일하다. 한 대표는 서울예전 연극과를 졸업해 극본을 직접 쓰고 연출을 도맡는 것은 물론 다수의 역할까지 소화하고 있다.

한영애 씨는 극단 동네의 첫 공연 ‘술 한 잔 하실래요?’를 “따뜻한 사람이 모여서 만드는 따뜻한 연극”이라고 소개했다.

“첫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을 배웅하는데 한 대학생이 오랜만에 따뜻한 연극을 봐서 좋았다고, 전주에서 이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 말이 무척 고맙더라고요. 단원들은 첫 공연을 마치고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는 말을 노래처럼 했어요. 그래서 마지막 날인 일요일 공연에는 모두가 있는 힘을 쏟아 부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동네 술집에서 모인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하룻밤의 이야기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젊은 시절 모습과 꿈을 떠올리던 중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따뜻한 위로를 나눈다.

등장인물을 설정할 때는 공감성을 얻는데 특히 신경을 썼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의 삶을 그대로 녹여내기 위해서다.

연극을 통해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어 하는 공무원, 대학생 시절 살짝 연극의 맛을 본 술집 주인, 인생의 새로운 도전에 나선 CEO, 연극 공연에 처음 도전하는 노조 위원장, 젊은 시절 극단에 들어갔다가 형편상 포기한 50대 여성, 어린 시절 꿈꾸던 연극 무대에 도전한 학원선생님, 새로운 취미를 갖기 위해 도전한 젊은 주부까지.

대본을 쓸 때도 극단 동네에 참여한 단원들 개개인의 삶의 모습을 반영했다니 현실성은 충분히 담보한 셈이다.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인물들에게 맞는 대본을 썼다가 여러 사정으로 한 분이 그만두게 되면서 새로 고쳐서 써야했는데 어렵더라고요. 단원들이 모두 전문연극인이 아니라 각자 생업이 있는 아마추어들이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했죠.”

극단 동네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들이 차를 마시던 자리에서 탄생했다.

“자신이 젊었을 때 잠시 했던 연극에 아직도 미련이 있다는 한 분의 말이 와닿았어요. 묵혀둔 꿈을 다시 꺼내 놀아보자는 말들이 나왔고 그 자리에서 네 명의 의견이 모였죠. 까짓것 한번 해보자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SNS에 글을 띄웠더니 다행히 여러분들이 관심을 가져서 알음알음 모이게 됐죠.”

그렇게 모인 33명은 곧바로 온라인 소모임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6월 1일 창립총회를 연 후 곧바로 대본작업에 돌입했다. 주로 전주 삼천문화의집에서 연습을 진행했다. 매주 한 차례씩 만나 작품 이야기를 나누고 단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 시간을 늘리면서부터는 평화동마을신문에 신세도 졌다.

창단 공연을 마친 ‘극단 동네’는 출발점을 떠난 만큼 앞으로도 씩씩하게 걸어나갈 계획이다. 연극 공연은 물론이고 이를 통한 재능기부, 문화예술 자원봉사, 각종 마을 행사에까지 단원들이 한 마음으로 힘을 더하겠다는 포부다.

한영애 대표는 “전주에서 ‘시민 연극제’를 열어 순수 연극 동아리, 아마추어 시민 극단들이 경쟁 의식을 잠시 내려놓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려주는 무대를 펼쳐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