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편제로 대표되는 국악의 성지 남원은 ‘춘향전’과 ‘흥부전’ 같은 판소리계 소설이 탄생한 고장이다.
동편제의 창시자 가왕 송흥록을 비롯해 명창 김초월이 남원에서 태어나기도 했다.
이런 동편제 판소리 사설은 조선 말기, 전주를 비롯한 전라도에서 목판본으로 간행되며 ‘완판본(完板本)’으로 통칭했다.
이 가운데 ‘완판’이란 한자가 적힌 최초의 문헌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완판본 연구자인 이태영 전북대(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경매를 통해 1916년 전주 다가서포에서 발간한 ‘소미가숙점교부음통감절요(少微家塾點校附音通鑑節要)’란 책을 구했다.
이 책의 표지 제목은 ‘대통감완판십칠자십(大通鑑完板十七字十)’인데, 완판은 전주에서 발행한 책을 뜻한다는 게 이태영 교수의 주장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완판본은 서울에서 펴낸 경판본(京板本)과 대비되는 용어로 전주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발간한 고전소설을 일컫는다.
하지만 그동안 완판본이란 명칭을 공식적으로 기록한 고서가 발견되지 않아 그 역사성과 유래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진행됐다.
이태영 교수는 “완판이란 글자가 적힌 책이 발견되면서 조선시대 후기에 전주에서 출판을 하던 인쇄업자들은 이미 ‘완판본’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어사전에 전주에서 발간된 옛책으로 뜻풀이가 한정된 완판본이란 개념을 크게는 전라도 전주에서 간행된 판매용 책으로 바로잡을 근거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도시를 꿈꾸는 춘향전의 고장 남원과 완판본의 고장 전주가 협력해 지역에 깃든 문학 자원의 세계화를 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판소리계 고전소설 춘향전은 조선 말기, ‘열녀 춘향수절가’ 완판본으로 전주에서 간행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춘향전의 배경인 남원과 완판본 한글 고전소설을 낳은 전주가 힘을 모아 춘향전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