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내년 예산 삭감 놓고 미묘한 기류

불과 0.8% 예산 삭감에 박성일 군수, 강한 유감 표시
박성일 군수, 사업 폐지 검토 등 민감한 반응

완주군청사 전경.

완주군의회가 지난 11일 2019년도 정례회를 마감하면서 의결한 2020년 완주군 예산 삭감을 둘러싸고 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삭감액은 전체 예산 요구액의 0.8%에 불과했지만, 박성일 군수가 이날 의회에서 삭감 부분들에 대해 조목조목 서운함을 표시했고, 아예 ‘그렇게 문제라면 적극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

이날 의회 삭감액은 57억 1300만 원으로, 당초 요구액 7103억6000만 원의 0.8%다.

하지만 박성일 군수는 이날 군정질의 답변을 마친 후 의회의 예산 삭감 조치에 대해 매우 강한 톤으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군수가 중점 추진하는 교육아동과 문화예술, 체육 등의 사업들이 삭감총액의 40.8% 23억33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난도질 당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됐다.

이날 박 군수의 발언 속에는 서운함과 좌절, 아쉬움, 분노 등이 어우러져 있음이 곳곳에서 드러났는데, 삭감된 사업들에 대한 ’폐지’를 유독 강조했다.

첫째, 구이면에 있는 술테마박물관 폐기 적극 검토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이라는 전제를 깔았지만 박 군수는 “건물 유지만 남기고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술박물관은 올해 행정사무감사에서도 폐지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이 제기됐고, 급기야 내년 예산 요구액 14억3100만 원 중 절반에 달하는 7억 800만 원이 삭감 조치됐다. 기존 운영 체험 정도만 하고, 더 이상 사업을 벌이지 말라는 것이다. 일단 완주군이 계획하는 일대의 관광휴양지는 물건너 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둘째, 와일드푸드 축제를 제외한 모든 축제 폐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완주지역 축제는 구이면 프러포즈축제, 삼례 딸기축제, 운주 곶감축제, 화산 소싸움대회 등이 있는데 해당 지역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셋째, 문화예술 예산을 대폭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박 군수는 이 부분에서 민속자료 관련 예산 1000만원을 언급했다. 박 군수는 “민속자료는 지금 모아 놓지 않으면 없어진다. 우리 정체성, 뿌리다.”며 “그런데 여러분들이 그 민속자료 수집 부분까지도 다 삭감을 했다. 그래서 문화예술에 관한 예산도 대폭 줄이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정체성, 뿌리 등에 대한 가치, 인식이 이런 수준밖에 안되느냐’는 듯한 어조로 의회에 강한 불만을 토로한 셈이다.

넷째, 체육예산도 대폭 줄여나가겠다고 했다. 박 군수가 올해 처음 시작한 바둑대회의 내년도 예산 1000만 원을 삭감하는 등 생활체육 관련 4개 예산 3억 원을 전액 삭감한 데 대한 강한 어필이다.

다섯째, 교육아동 관련 예산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의회가 이 부문 예산요구액 14억1300만원 중 4억3000만 원을 삭감조치하자 박군수는 “지역균형발전이나 인구 감소 대책에서 교육, 아동,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2대 핵심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관련 예산 대폭 축소를 밝혔는데, 의회에 대한 강력한 항변으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 완주군 안팎에서는 “군의원들끼리 다툼, 차기 단체장 선거를 염두에 둔 박 군수 발 묶어두기 등 정치적 견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