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이 지난 14일 전북일보 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일상적 기록을 넘어선 삶과 사회현상에 대한 치열함과 통찰이 다소 부족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 전북일보 신춘문예에는 740명이 총 1895편을 응모했다. 지난해(871명, 2245편)에 비해 응모자와 출품작 수가 감소했다. 부문별로는 시와 수필 부문의 작품에서 많은 작품이 모였다. 시 291명이 1137편, 단편소설 126명이 141편, 수필 217명이 500편, 동화 106명이 동화 117편을 응모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 강원, 경상, 전라, 충청, 대구,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1495편을 응모했다. 미국, 호주, 일본 등 해외 곳곳에서도 작품을 보내왔다.
시 부문 예심 심사위원들은 본심 진출작으로 10편을 올리며 “신춘의 열정이 넘실거리는 시를 읽는 일은 즐거웠다”며 “신춘문예에 응모한 시를 읽으며 한편으로 아쉽고 한편으로는 설다”고 말했다.
많은 시가 진술과 설명에 빠져 완성도와 안정성을 잃고 있었다는 평. 시의 편차가 고르지 않다는 점에서도 의견이 모아졌다. 그럼에도 몇몇 시는 가능성과 빛나는 구절을 품고 있었다는 점이 큰 위안이 됐다는 평가다.
단편소설 부문에서는 7편의 작품이 본심에 진출했다. 대부분 안정되어 있는 문장 수준을 보였으며 서사의 분위기를 잘 조성했다는 평이다.
소설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여전히 ‘가족 해체’ 서사였으며, 분위기에 비해 이야기성이 다소 약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설은 결국 바늘 같은 이야기 다발이 돼야 하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평을 내놓은 단편소설 부문 예심 심사위원들은 응모자들의 관심이 개인 영역으로 축소되는 현상을 두고 “사회적 현상과 현실 모순을 파고드는 서사가 부족해 아쉬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수필은 일상의 체험이나 생활밀착형 소재를 형상화한 작품이 두드러졌다. 본심에 오른 10편을 비롯해 출품작이 전체적으로 고른 작품 수준을 보였으나 삶의 깊은 이해와 관조, 통찰력이 수반된 글은 적었다는 평가다.
한 심사위원은 “아무리 수필이 체험을 바탕으로 해 쓰는 글이라 할지라도 삶에 대한 발견이 없으면 일상의 기록에 불과한 것”이라며 “올해 신춘문예 수필의 경향은 이 점을 간과한 응모자들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동화 부문에서는 9편이 본심에 올랐다. 올해는 의인화 동화, 애완동물, 치매 및 노인문제, 다문화 등이 주된 작품 소재로 쓰였다.
하지만 들여쓰기, 문단 나누기 같은 기본적인 글쓰기 형식을 지키지 않은 원고가 많아 실망감을 낳기도 했다. 이야기가 설익어서 주제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했고, 분량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원고도 눈에 띄었다는 평. 더 나아가 차별화된 이야기 소재를 개발하려는 노력과 상상력, 문학적 형상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공부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예심 심사는 기명숙·김정경·김헌수·김형미·이길상·이영종·장창영 시인과 김근혜·이경옥·장은영 동화작가, 김영주·이진숙 수필가, 정숙인·최기우·최아현 소설가가 함께 했다.
최기우 예심위원장은 “15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한 만큼 단 한 편의 작품도 소홀함이 없도록 정성껏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응모된 작품을 통해 심사위원들이 많은 걸 배우고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총평했다.
2020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은 본심을 거쳐 2020년 1월 1일자 본보 신년호를 통해 발표한다. 당선자에게는 개별 통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