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의 장년층이라면 어린시절 논이나 들에서 메뚜기를 잡아 구워먹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바삭바삭한 맛이 꽤 고소했던 메뚜기는 먹을거리가 충분하지 못했던 당시 별미의 간식거리였다. 누에 애벌레인 번데기도 길거리 군것질거리이자 막걸리를 팔던 주점에서는 빠지지 않고 내놓는 안주였다.
식용곤충의 역사는 깊다. 성경에도 메뚜기, 귀뚜라미 등은 먹을 수 있는 곤충이라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의 의서(醫書)인 ‘동의보감’에서도 95종의 약용곤충을 소개하고 있고, ‘본초강목’에는 106종 곤충의 약효가 기록돼 있다. 요즘에도 굼벵이나 지네가루 등은 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식용곤충을 미래 식량자원으로 전망했다. 지속가능한 먹거리로서의 장점 때문이다. 먼저 영양학적으로 육류 못지않은 높은 단백질 함유량을 보유하고 있고, 무기질 함량도 높다. 환경학적으로도 배설물로 인한 토양오염 우려가 없고, 소나 돼지등이 내뿜는 메탄등 온실가스 배출량도 최대 100분의1 정도로 미미하다. 사육과정에서의 물 소비량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다. 사료 양이나 사육공간 역시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사육기간이 단축되며, 감염병에 걸릴 위험도 적다.
지구상 곤충은 알려진 것만 약 100만종(種)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식용으로 쓰이는 곤충은 1900여종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2014년 메뚜기등 7종을 식용으로 정식 허가한데 이어 올해 7월 장수풍뎅이 유충등 4종을 식용가축으로 지정했다. 4종의 식용 이외 약용· 사료용 곤충등 모두 14종을 축산법에 따른 가축으로 인정했다.
국내 곤충시장 규모는 2011년 1680억원에서 2015년 3039억원으로 2배 정도 커진데 이어 2020년에는 5236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농촌진흥원은 예상하고 있다. 곤충 사육농가도 전국적으로 2015년 724가구에서 지난해 2318가구로 4년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도내의 사육농가는 2014년 12농가에 그쳤으나 지난해 189농가로 4년 사이에 15배 이상 늘었다.
도내 곤충 사육농가에 무병 우량 종충(種蟲)을 안정적으로 보급하기위한 곤충 종자보급소가 지난주 장수에서 개소식을 가졌다. 장수 곤충 종자보급소는 첨단 ICT 기술적용을 통한 생산 이력관리체제와 질병관리 시스템등을 구축해 우량 종충의 연중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곤충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때에 종자보급소 개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가 소득 증대는 물론 익산의 식품클러스터와 연계해 전북이 우리나라 곤충산업의 메카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