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전북 문화계 결산 ① 문학·출판] ‘꽃 없이 맺히는 열매 없다’ 상처와 치유 공존

일제강점기 전북 문인 재조명, 친일 잔재 청산 바람
전북예총 회장 선거, 문인들 후보 단일화 관심 집중

‘열매는 꽃이 진 자리 그 상처 위에 맺힌다.’

전북민예총 문병학 이사장이 전북일보에 최근 기고한 글의 첫 문장. 올해 전북 문화예술계가 지나온 길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전북 문화예술계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주요 수장들을 뽑는 과정에서 진통이 적지 않았고, 정읍 무성서원을 비롯한 ‘한국의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등 큰 경사도 반가웠다.

‘3·1 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기획 프로그램 또한 넉넉했던 2019년 전북 문화예술계를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전주 덕진공원에 위치한 ‘김해강 시비’

올해 전북 문학계는 ‘상처’와 ‘치유’가 공존했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반듯하고 당당했던 전북 문인들을 재조명하는 기획전이 눈길을 끌었고, 일제 잔재 청산 바람이 불었다.

제24대 전북예총 회장 선거에 나서는 전북문인협회 소속 입지자들의 후보 단일화 논의도 뜨거웠다.

이밖에 전북지역 대표 종합 문예지로서 지역 문인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해온 계간 <문예연구> 가 2019년 봄호를 발행하면서 통권 지령 100호를 기록했으며,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들의 신간 소식도 이어졌다.

 

△일제 잔재 청산 바람, ‘김해강 시비’ 이전 논란

창씨개명을 하지 않고 일문(日文)으로 원고를 쓰지 않았던 시인 신석정(1907~1974), 조선어학회 사건에 연루돼 복역한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1891~1968)….

일제강점기 당당하게 살았던 전북 문인들의 삶과 문학세계를 재조명하는 자리가 2019 전주독서대전 기획전으로 마련돼, 오늘을 사는 후세대에게 벅찬 자긍심과 자존감을 전했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친일 잔재 청산 바람도 거셌다.

‘전라북도 도민의 노래’, ‘전주 시민의 노래’를 작사한 김해강 시인(1903∼1987)의 친일행적 논란이 불거졌고, 전주 덕진공원에 위치한 ‘김해강 시비’ 철거 및 이전 주장이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전북도는 ‘전라북도 도민의 노래’ 사용을 중지하기로 결정했고, 전주시는 ‘전주 시민의 노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해강 시비’는 전주시 덕진공원 정비에 맞춰 유족 측이 사적인 공간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으며 관련 단체들과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예총 회장 선거, 문인 후보 단일화 여부 주목

내년 1월 17일 치러지는 (사)한국예총 전북연합회(이하 전북예총) 제24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지역 문학계가 뜨거웠다.

전북문인협회 소속인 김상휘 소설가와 안도 시인이 일찌감치 출마 의지를 밝혔고, 지난 10월 말 소재호 시인이 전북예총 출마의 뜻을 세우면서 3자 구도로 재편됐다.

이에 따라 전북문인협회 소속 입지자들의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에 대한 안팎의 관심이 증폭됐다.

전북문인협회 회원들 사이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입지자들도 단일화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그렇지만 단일화 방법에 대한 입장차는 뚜렷했다. ‘전북문협이 주관하는 공개 정책토론회’가 단일화 방법으로 제시됐지만, 입지자 모두가 함께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 16일 전북문협 원로·중견 문인들로 구성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개 임시회를 마련했으며, 이날 안도 시인은 소재호 시인을 지지하며 뜻을 접었다. 그러나 김상휘 소설가는 불참,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극적인 단일화를 이뤄낼지, 아니면 각각 후보 등록을 마무리하고 선의의 경쟁을 이어갈지. 전북예총 회장 후보 접수가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만큼, 단일화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다.

 

△1994년 3월 창간, 계간 <문예연구> 100호 발간

전북지역 대표 종합문예지인 계간 <문예연구> (발행인 서정환, 발행처 문예연구사)가 2019년 봄호를 발행하면서 통권 지령 100호를 기록했다. 지난 1994년 3월 창간호를 내고 25년만이다. 계간지 특성 상 그동안 단 한 번의 결호 없이 꾸준히 발행해왔다는 뜻이다.

<문예연구> 는 근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주요 문인들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함은 물론, 국내외 문예 양상과 한국 문학의 흐름을 점검해왔다.

전라북도 14개 시·군의 산천을 노래한 시편을 모아 전북문화관광재단이 발간한 시선집 <들어라 전라북도 산천은 노래다> 이 의미있는 책으로 주목 받았다. 또한 이준호 소설가, 장은영·이경옥 동화작가, 기명숙·김정경 시인 김재희 수필가 등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들의 신간도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