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으로 치닫는 전북 청소년 도박문제…학교 예방교육 의무화해야

도박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사채·절도 등 도내 청소년 도박 중독 피해 발생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조사 결과, 2018년 전북 청소년 10.6% 도박 위험…전국 2위
오남경 도박관리 전북센터장 “또래문화로 쉽게 번져, 2차 피해도 빈번”
‘도박은 범죄·질환’ 이란 인식 가져야, 조례 개정 통한 예방교육 필수 요구돼

인터넷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해 친구들에게 수백만 원 빚을 진 전북 A고등학생이 지난 18일 익산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학생은 이날 학교에 간다며 집을 나간 후 등교를 하지 않고 SNS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후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학생의 극단적 선택은 인터텟 불법 도박으로 친구들에게 300만원 가량의 빚을 진 때문이라는 게 현재까지 드러난 경찰조사 결과다. 이 학생은 올 초에도 스포츠 토토로 수백만 원 빚을 져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고, 부모가 빚을 갚으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는 게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도 전북 고등학생들이 인터넷 도박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리대금의 불법대출을 받고, 채무를 견디지 못해 전학을 가거나 변제를 위해 현금을 훔치다 입건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불법 대부업체의 조직적 감금·협박이 부각되면서 도내 청소년들의 불법 도박은 상대적으로 가려졌다.

전북지역 청소년들의 도박 중독과 이로 인한 2차 범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수치에서도 나타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지난해 청소년도박문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북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도박문제 위험 청소년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청소년 중 10.6%가 도박 위험 집단으로 집계됐다. 도내 청소년 10명 중 1명꼴로 도박을 해 심리·사회·경제적 폐해가 있는 셈이다.

도내 B공고 재학생은 “공고·상고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도박하는 게 유행처럼 자리잡아서 무리에 끼려면 한 번쯤은 하게 된다”며, “SNS상에 홍보도 많이 돼 있고 이메일, 휴대폰 번호만 적으면 쉽게 가입해 할 수 있다 보니 불법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게임처럼 여긴다. 전교생의 30% 정도는 중독 수준으로 온종일 스마트폰만 잡고 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정에서 학생·교사들에게 도박이 위법행위이자 질병이라는 인식이 명확하게 정립되고, 학교 현장에서도 도박 예방 교육이 의무화돼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도박 청소년들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상담이 강력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남경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전북센터장은 “청소년들은 또래문화처럼 가볍게 여기거나 미성년자이니 처벌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도박에 쉽게 빠진다”며, “불법 도박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소년원에 가는 사례가 있는 만큼 분명히 도박은 범죄이자 치료 받아야 할 정신질환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방 교육도 필수다. 오 센터장은 “이제 학교에서 도박 문제를 덮어둘 마냥 덮어둘 상태가 아니다. 현재는 학교 재량이다 보니 연평균 30여 개교에서 교육을 한다. 전북교육청 ‘학생 도박 예방교육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의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