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면 눈치 주는 이상한 익산시 공직풍토

엄철호 익산본부장

‘잘 만든 광고 카피 하나 열 스타 안부럽다’라는 말이 있다.

수억원 대 몸값의 CF스타 보다 입에 착착 붙고 기억이 오래 남는 카피 하나가 더 오래 가고 광고 효과를 본다는 뜻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지난 2001년, 배우 정준호 씨와 故 장진영 씨가 함께 출연한 현대카드 CF다.

당시 이 카피는 그야말로 광고계를 발깍 뒤집어 놓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일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은 명 카피로 지금도 귓 속을 맴돌게 한다.

지난 23일자 전북일보에 눈에 띄는 기사가 실렸다.

‘이임식 날까지 시민 위해 최선을 다할 터’란 제목의 기사로 38년여 공직생활을 끝내고 이달말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익산시청 전종순 기획행정국장의 아름다운 마무리 준비를 담고 있었다.

‘공직을 떠나면 일을 하고 싶어도 더 이상 일을 할수 없기에 후회가 없도록 공직을 떠나는 마지막 그날까지 최선을 다 해 뛰겠다’ 는 그의 다짐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사실 그는 일을 대하는 태도나 사명감이 남 달랐다.

무엇보다도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업무 하나 하나에 진정성을 담아내는 몇 안되는 대표적인 익산시청 공무원의 한 명으로 기억된다.

그의 퇴장이 못내 아쉽고 안타깝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붙들고 싶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어쩔수 없지 않는가.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세상에서 가장 편한 휴식의 시간을 가져 보라’고, ‘휴식은 또다른 출발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는 그저 덕담 한마디가 전부일 뿐이다.

그러면서 공직자로서의 표본을 보여준 그에게 꼭 떠나야 한다면 후배들을 위해, 익산시의 장래를 위해, 익산발전을 위해 당신이 갖고 있던 투철한 사명감과 올바른 공직관 만큼은 꼭 남겨두었으면 하는 마음을 한편으로 가져본다.

오는 30일이면 이임식을 갖고 38년 공직생활을 마무리 하는 그에게 이런 무거운 짐을 지우는것은 이날의 기사속에 익산시 공직사회 풍토의 현주소와 일부 직원들이 어떤 사고를 갖고 일을 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엿볼수 있는 내용도 실려 있어 무척이나 씁쓸한 뒷 맛을 남겨줬기 때문이다.

‘내일모레 퇴직할 사람이 뭐 하려고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지 모르겠다’는 일부 직원들의 비아냥 때문에 내심 속상하다는 그의 푸념은 정말 안타까웠다.

비록 자신의 진정성이 곡해되지 않았으면 하면 바람을 전하면서 나온 아쉬움 이었지만 정말 기가 차고 또 찼다.

그에게 진위여부를 확인했다.

정확한 팩트였다.

그것도 소위 간부급이라는 일부 공무원들의 입에서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는 고해성사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묻는다.

한 평생을 시민 세금의 녹봉으로 살아온 공무원으로서 공직을 떠나는 마지막 그날까지 역할에 충실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게 어찌 뒷담화 거리가 될수 있다는 말인가.

선배들이 이룬 업적과 발자취를 돼새기며 영원히 익산시청 공직자로 남을수 있도록 응분한 예우와 함께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환송을 해 주는 것이 하는것이 후배들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열심히 일한 당신, 하루빨리 떠나라가 아니라 열심히 일한 당신, 정말 고생 많았고 수고 많았다고 덕담 한마디를 내뱉는게 그렇게 힘든 일이냐고 정말 되묻고 싶다.

일선 무대에서의 퇴장은 눈 깜짝 할 사이 누구에게나 금새 찾아온다.

한평생 몸 담았던 공직을 떠나면서 후배들에게 공경의 박수를 받을지, 전형적인 복지부동 철밥통이었다는 주홍글씨 낙인이 찍힐지는 오로지 당신들의 선택이고 몫이다.

/엄철호 익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