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이슈프로젝트 전주 ‘3인의 영웅들’로 첫 단추

정진용 작가, 25일부터 한달간 영상·사진 프로젝트 열어
할아버지-아버지-아들 이어지는 혈통의 끈끈한 정 담아

정진용 작가의 미디어영상 작품 ‘3인의 영웅들.’ (왼쪽부터) 할아버지·아버지·나의 영웅들

갤러리 ‘아트이슈프로젝트 전주(대표 한리안)’가 25일 정진용 작가의 개인전 ‘3인의 영웅들’과 함께 활동을 시작한다.

특별히, 전시 첫 날인 25일에는 관람객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파티를 준비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성기문과 밴드 봄여름가을겨울 피아니스트 윤복희가 오프닝 공연을 선보이며 예술이 흐르는 교류 시간을 만들 예정.

정진용 작가는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의 지역예술육성사업에 선정돼 ‘혈통’을 주제로 한 영상과 사진·회화작품을 선보인다.

그가 고향인 전주에 돌아온 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개인전인 만큼 창작작업의 영역이 회화와 설치에서 영상까지 확장됐음을 알리는 자리로 의미가 크다. 더불어 영상으로서 가능한 예술작업의 의미와 무게를 보여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전시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닮고, ‘나’는 아버지를 닮았다는 이유로 ‘나’는 할아버지와 가장 닮은 손자가 됐다는 이야기. 그 이유에선지 할아버지는 8남매가 낳은 손주들 중 ‘나’를 가장 예뻐했다는 아스라한 추억 말이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나’의 영웅은 완전히 다르다. 할아버지, 아버지, 나로 이어지는 삼대의 얼굴에 그들이 각자 ‘영웅’이라고 여겼던 이들의 얼굴이 겹쳐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것은 누군가의 얼굴이라기보다는 나와 우리들의 머리이며, 이 불분명한 머리들의 형상은 삼대 두세기에 걸친 반목과 질곡의 통사이자, 지금 동시대 세대갈등에 얽혀진 끈끈한 혈통의 매듭 속에 묶여져 있는 것이다.”

정진용 작가는 “혈통이 동반하는 숙명적 순종에의 강요, 이른바 ‘내가 말하는 대로 듣고 내가 원하는 답을 하라는 식’의 독재적 강요가 할아버지와 나의 피에 흐른다고 생각했다”며 “우리세대에서 소위 ‘틀딱들과 핏덩어리들’ 사이에 있는 거대한 유리벽은 젠더와 인종의보다 더 높고 두껍다”며 전시주제에 담긴 생각을 전했다.

간절히 닮고자 하지만 닮지 않았고, 닮지 않으려 애쓰지만 닮아 있는 그것이 ‘혈통’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우리는 누구나 그 굴레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1972년생인 정진용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998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30회의 개인전과 150여회의 단체전을 선보였다.

팔복예술공장 강연, 노송동 한옥마을 공예품전시장 사다리트리 설치, 선미촌 기억골목프로젝트 총감독 등 전주에서도 다양한 창작 및 교육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트이슈프로젝트 전주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현란한 미디어장치가 아닌 작품으로서 사회 공동체적 네러티브가 있는 영상예술을 전주시민들이 접하고 영상표현에 대해 보다 진지하고 심도 있는 담론들이 생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