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막강한 행정부를 견제하려면 도덕성을 확보하면서 박학다식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주임무가 입법활동이어서 시대정신과 인권신장 그리고 서민들이 겪는 고충이 뭣인지를 잘 헤아려야 한다. 예전처럼 3김 아날로그 시대에는 학식이 떨어져도 돈과 정치적 수완만 있으면 국회의원을 해먹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전문가시대라서 전문성이 떨어지면 의정활동 하기가 버겁다. 잘 훈련되고 학식이 풍부한 행정부 관리들을 상대로 부처업무를 따져보기가 쉽지 않다. 주로 국회의원들은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의정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역량을 해당 부처에서 더 훤히 꿰뚫고 있다.
의정활동의 하이라이트인 국정감사 때 부처 관련공무원들이 긴장하지만 어떤 의원은 자료요구만 잔뜩 해놓고 정작 감사 때는 질의도 안하고 넘어간다. 평소 송곳질문으로 문제점을 잘 파악한 의원이 국정감사장에 나타나면 장관부터 긴장하며 답변하느라 진땀을 뺀다. 이처럼 전문성이 있고 대안까지 제시하는 의원 한테는 부처에서 실력있는 의원으로 인정해 그 영향력도 막강하다. 그런 의원이 지역구 관련예산을 세워달라고 요구하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목소리만 크고 허세만 부리는 의원이 예산을 요구하면 액수도 줄고 나중에 기재부에 가서 깎일 수도 있다. 세워준 예산안을 제대로 관리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쎈 의원은 바쁜 일정 때문에 지역구에 내려올 시간이 빠듯하지만 국가예산은 잘 확보한다. 주로 국회에서 큰 일을 하기 때문에 지역구에 내려와 한가롭게 사람 만날 시간이 없다. 반대로 중앙정치무대에서 영향력이 미미한 의원은 시간이 남아 돌아 지역구 관리 한답시고 지역에서 거의 산다. 이 같은 의원은 지역에 내려와 지방의원들 줄세워서 골목대장 하기 바쁘다. 국회의원 한테는 짬밥인 선수(選數)가 중요하지만 초선이라고해서 결코 물당번만 하는 게 아니다. 잘나고 똑똑하면 군계일학처럼 존재감이 드러난다.
통상 3선 정도 하고 나면 그 사람의 앞날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여야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권까지 넘볼 수 있는 큰 인물인가 아니면 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 정도에서 끝날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 먼저 여권대권주자가 되려면 당내기반을 바탕으로 한번 정도 장관을 하면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국무위원으로 국정전반을 살피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나갈 수가 있다. 내년 총선 때 현역이나 입지자들 가운데 누굴 뽑아야 전북에 도움이 될지도 고려대상이다. 도내서는 정당지지도가 민주당이 45%대로 가장 앞서고 다음으로 정의당이 10%대다. 나머지는 개긴도긴으로 존재감이 없다.
정동영 4선 유성엽 조배숙 이춘석이 3선 중진이라서 이제는 냉정하게 정치적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정치는 생물이라 예측이 어렵지만 이 사람들이 대권으로 가지 않는다면 한번 더 하는 게 본인 호구지책용 밖에 안돼 큰 의미가 없다. 차라리 그럴바에는 신예를 뽑아 키우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