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은 기후와 경제만큼 시민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각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재원을 쏟아 철도나 고속도로 등 교통망을 구축하는 이유다.
전기철도나 지하철이 없는 전주는 도로망 구축이 교통 정책의 전부다. 좁은 면적과 높은 인구밀도 등 교통혼잡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 탓에 도로망 구축에 각별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미 전주는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정체를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할 마땅한 방안도 없어 시민들이 고스란히 고통에 노출 돼 있다.
전문가들은 수십억에서 수천억 원이 드는 도로개설 때 현실적인 문제부터 차분히 해결하며 도로 입체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적 대안 ‘도로 입체화’
도로 입체화는 차량이 몰리는 도로를 여러 곳으로 분산시켜 교통혼잡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지하차도나 고가도로 등이 해당한다.
교통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를 넓히는 방법이 가장 흔하지만 토지보상 비용이 많이 든다. 도로 입체화는 기존 도로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건축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전주는 월드컵경기장 지하차도와 롯데백화점 앞 27호광장 지하차도 등 모두 14곳에 지하차도를 개설했다.
이어 최근 교통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꽃밭정이네거리와 효천지구 등 주요 교차로 6곳에 지하차도 개설을 검토했다. 그러나 2600억 원이 넘는 사업비가 책정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교통정책 전문가는 “전주가 다른 도시에 비해 교통혼잡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하철을 설치할 규모는 안 되고, 도로망 입체화가 가장 적절하다”면서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우선순위를 정해 입체화를 진행해야 교통혼잡을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천도로면 모든 문제 해결...현실성은 ‘0’
전주 교통혼잡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전주를 세로지르는 삼천을 따라 하천도로를 만드는 안이 거론된다.
서울 청계천을 따라 만든 청계고가도로나, 대구 금호강과 신천변을 따라 도로를 개설한 신천대로 같은 방식이다. 토지보상 비용이 들지 않고 이미 확보된 공간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공사도 용이하다.
하지만 삼천을 도로로 덮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오랜 기간 수백억 원을 투입해 생태하천으로 복원한 삼천을 복개(하천을 콘크리트로 덮는 것)하자는데 찬성할 시민이 없기 때문이다.
△황방산 터널과 삼천 언더패스 추진해야
이미 제시된 방안들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곡지구에 있는 황방산(해발 217m)은 혁신도시와 구도심을 가로막아 차량들이 황방산 남쪽 지방도 716호선과 북쪽 서부우회도로를 돌아 통행할 수밖에 없다. 이에 황방산에 터널을 뚫어 하루 통행량 23만 대가 넘는 혁신도시 교통량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수년 전부터 계속 제기됐다. 하지만 전주시는 1000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와 환경단체 반대로 사업을 접었다.
전주 최대 정체 구간인 서곡교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언더패스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 2010년 교통정체를 예측하고 서곡-홍산교 사이 삼천변에 길이 900m 규모 언더패스 설치를 계획했다. 하지만 서곡교 인근에 수달이 서식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환경단체 반발로 사업이 중단됐다.
복수의 도시정책 전문가는 “정확한 연구용역을 통해 교통혼잡 해소에 도움이 된다면 황방산 터널을 뚫는 것이 맞다. 삼천변 언더패스도 현실적으로 판단해 설치를 추진해야 한다. 수달이 넘어올 수 없는 안전펜스 설치 등을 강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