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벽과 문 - 송하진

하늘은 오늘도 그냥 열려 있다

삼라만상이 아직은 무사하다

 

벽 앞에 서보라

벽 어딘가에 문이 있다

문이 없는 벽은 이미 벽이 아니다

벽이 없는 문도 문이 아니다

우리는 벽을 위하여 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문을 위하여 벽을 쌓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문을 만들기 위하여 벽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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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에게는 무언가를 막고, 구분하려는 의도가 이미 내재되어 있다.

벽에게는 무언가를 지키고, 통합한다는 의미도 이미 내재되어 있다.

해서 벽은, 소통과 폐쇄, 분열과 화합의 의미를 동시에 가졌다.

해서 세상의 모든 문과 벽은, 열리면 문이고 닫히면 벽이다.

그대 지금, 아무리 노력해도 완강한 벽 앞에 서 있는가?

완강한 벽은 반드시 문을 준비해 두고 우리를 기다린다.

문도 벽에 기대어 서서 우리를 기다린다.

한 발자국만 더 디뎌보자, 조금씩만 더 마음을 내어보자. /김제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