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의 '미술 인문학'] 모든 사람이 예술가이다

독일의 요셉 보이스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시대적 예술성과 삶의 의미를 묻는 인문학적 서술.” 미술은 삶의 아름다움을 포착해 표현하지만 때로는 부조리한 현실을 날카롭게 파헤치기도 한다. 매주 화요일, 전남대 교수와 전북도립미술관장을 지낸 장석원 작가가 국내·외 작가들과 그 작품세계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편집자 주

 

확장된 예술의 개념으로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요셉 보이스(1921-1986). ‘모든 사람이 예술가이다’는 그의 예술에 등장하는 중요한 개념이며, 순수 영역의 카테고리에 갇혔던 예술을 사회적 방향으로 활짝 열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예술가이다.’라고 말하면 너도, 나도 그리고 우리 모두가 예술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발상은 너무 순진하고 맞지 않는 말이다. 독일의 요셉 보이스가 이렇게 말했을 때에 그 뜻은, 창의력이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국한되지 않으며 창작은 회화나 조각 또는 심포니, 소설 등을 넘어 사회적으로 연관되는, 물질을 형상화하는 능력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자, 주부, 농민, 의사, 철학자, 매니저 등의 일을 물질을 구성하는 능력의 관점에서 봤을 때에 고갈되지 않는 창의적 능력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어렵게 말했지만, 창의력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에 노동자, 주부의 그것이 예술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점에서 ‘모든 사람이 예술가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사람이 예술가이다’라는 말의 뜻은 너도 나도 평등하게 예술가라는 뜻이 아니고, 네가 가진 창의력이나 내가 가진 창의력이 모두 중요하고 가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가진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각자가 가진 창의력을 두드러지게 발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각자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

1982년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서 시작된 요셉 보이스의 7000그루의 떡갈나무 프로젝트 현장. 프리드리시아눔 미술관 앞에 현무암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과거를 상징하는 돌 기둥 하나와 미래의 생명을 상징하는 떡갈나무 한 그루가 짝을 지어 도처에 심겨지는 프로젝트로서 예술의 사회적 조각 개념을 잘 나타낸다.

1982년 제 7회 카셀 도큐멘타에 7000개의 현무암 돌기둥을 쌓아놓고 떡갈나무 한 그루와 돌기둥 하나씩을 짝을 지어 심도록한 프로젝트는 그가 예술의 개념을 얼마만큼 확장된 형태로 보고 있는지를 명징하게 알려준다. 개막식 날 그는 첫 식수를 하였고 이후 나머지 6999개의 돌기둥들은 하나씩 떡갈나무와 짝을 지어 도처에 심겨진다. 1987년 8회 카셀 도큐멘타 개막일에 요셉 보이스의 부인과 아들이 마지막 7000번째 식수를 함으로서 종결된다. 요셉 보이스는 1986년 1월 고인이 되었다.

백남준이 자신이 맞은 일생일대의 행운은 요셉 보이스와 존 케이지를 무명 시절에 서로 알게 되었던 것이라고 말했던 그 요셉 보이스는 현대미술의 영역을 활짝 열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예술가이다. 함께 한국에서 퍼포먼스를 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요셉 보이스가 타계하자, 백남준 홀로 인사동에서 요셉 보이스를 추모하는 굿판을 벌인다. 2차대전 중 공군으로 참전했다가 타타르 지역에서 추락하여 의식을 잃고 있을 때에 몽골 샤먼의 치유를 받아 회생되었던 요셉 보이스 역시 샤먼적 요소를 작품에 도입하고 있었다. 얼굴에 꿀과 금분을 바르고 죽은 토끼를 안고 웅얼거리던 그의 퍼포먼스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회화를 설명할 것인가?’는 합리적 또는 반개념적 서구의 전위적 사슬을 끊고 신비적이면서 샤먼적인 능력을 키우고 있었다. 육백만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전후 독일인의 죄의식을 그러한 능력으로 치유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장석원 작가

* 장석원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전남대 미술학과 교수, 광주비엔날레 전시기획실장·예술감독, 국제아트비전 ‘ASIA PANIC’ 총감독, 전북도립미술관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미술에세이 <아름다운 착각> , 미술평론집 <소통의 비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