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모주’는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인 콩나물국밥과 곁들여 마시면 제격이다. 전날 과음하였을 때는 속풀이로 마시는 해장술이었다. ‘전주 모주’는 예전에는 청주를 걸러내고 난 술지게미에 한약재 등을 넣고 끓여 만들었다. 하지만 그같은 절차가 번거롭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막걸리에 생강, 대추, 감초, 인삼, 계피, 칡 등 한약재와 흑설탕을 넣어 만들었다. 3시간 정도 은은한 불로 끓이면 걸쭉한 갈색의 모주가 얻어진다. 넣는 재료에 따라 각 음식점 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맛이나 향기는 비슷하다. 향기가 좋고, 단맛이 나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여성들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6% 정도인 막걸리의 알코올 성분이 섭씨 78도면 대부분 증발해 모주에는 알코올 성분이 1∽2%정도 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모주(母酒)’라는 이름이 붙은데에는 몇 가지 설(說)이 있다. 조선조 광해군때 인목대비의 모친인 노씨(盧氏)부인이 제주도에 귀양가서 빚었던 술인 ‘대비모주(大妃母酒)’가 ‘모주’로 굳어졌다는 설이 있고, 예전 어느 고을에 술을 많이 마시는 아들의 건강을 염려한 어머니가 막걸리에 갖은 약재를 넣고 끓여서 아들에게 주어 ‘모주’가 되었다는 설 등이 있다.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은 ‘전주 모주’는 제조법이 업소마다 약간씩 다른데다 보관 기간도 짧아 산업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의 향토산업육성사업 지원 대상에 ‘전주 모주’가 선정되면서 한국식품개발원과 공동으로 본격적인 제품 개발과 제조법 표준화에 착수해 이같은 고민이 해결됐다. 맛과 향, 색깔 등을 기존의 모주와 비슷하게 했으며, 자동화 시스템으로 생산해 제품 신뢰도를 높여 대량생산 산업화의 길을 찾은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18년 ‘전주 모주’가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에 등록되면서 전주 이외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독자적 재산권을 인정받게 됐다. 이후 ‘전주 모주‘는 한옥마을등 전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부터 모주의 ‘영양학적 가치 연구’를 수행해온 전북 보건환경연구원이 엊그제 모주에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노화방지와 항암· 항염증· 항산화 작용 등을 돕는다고 알려진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그리고 미백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코지신, 뇌의 신경전달 물질 중 하나로서 생리기능이 있는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등의 성분이 함유돼 있는 것을 확인 발표해 ‘전주 모주’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됐다. 2010년대 초 항암효과등 기능성에 힘입어 상당한 인기를 누리던 막걸리가 와인·맥주등 타 주류의 공세로 주춤해진 상황에서 모주를 앞세워 다시 인기를 되찾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