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은 소설가 이상의 문학과 작가 정신을 기려 문학사상사가 제정한 상이다. 1977년부터 시행됐으니 올해로 44년, 역사도 짧지 않다. 그사이 적지 않은 문학상이 제정되었으나 이상문학상은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문학상으로 꼽힐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전년도 1월부터 12월까지 발표된 중편과 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이상문학상 수상작품과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은 이듬해 1월 수상 작품집으로 묶여 출간되는데 문학 지망생들의 필독서가 된 것은 물론이고 일반 독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베스트셀러 대열에 놓인 지 오래다.
1회 수상자 김승옥부터 이청준 오정희 유재용 박완서 최인호 서영은 한승원 최일남 이문열 양귀자 윤후명 윤대녕 은희경 신경숙 김훈 한강 김영하 등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들이 이상문학상을 거쳤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나 돌이켜보면 문학상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작품과 작가를 가려 대중들에게 알리는 통로였으니 비로소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던 문학상은 작가들에게 각별한 대상이었다.
올해도 문학사상자는 이상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알려지기로는 대상 수상자 1명과 다섯 명의 우수상 수상자들이다. 지난해 발표된 수많은 작품 중 선정된 수상작이니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일터다. 그런데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자는 예정되어 있던 날짜에 공식 발표되지 못했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작가들 중 세 명이 수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것은 수상자들이 동의해야 하는 ‘저작권 양도 조항’이다. 이 조항은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 동안 출판사 측에 양도하도록 되어 있다. 작가 자신의 단편집에 싣더라도 표제작으로는 쓸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니 이상한 계약이 아닐 수 없다.
많지 않은 상금 대신 저작권을 3년 동안 묶어두는 출판사측의 조건에 반기를 든 작가들과 문학인들은 이 조항이 ‘작가의 권리와 노고를 존중하지 않는 일종의 노예계약’이라고 지적한다.
사실 이상문학상의 수상작 저작권 양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으로 1987년 수상자가 된 이문열은 이 조항을 보고 상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문학상의 전통을 깨트릴 수 없어 받아들였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에는 한국문예저작권협회가 이 출판사를 상대로 작가의 저작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 제작, 배포금지 판결을 얻어 내기도 했다. 낡은 관행을 아직도 벗지 못하는 출판사의 얍삽한 행태가 가져온 이 상황이 안타깝다. 우리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