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는 전염병이 퍼진 죽음의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염병과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알제리의 작은 해안도시 오랑. 수천마리 죽은 쥐들이 발견된 이 도시에서는 한 달 남짓한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의문의 병으로 죽어간다. 밝혀진 병명은 무서운 전염병 ‘페스트’. 오랑은 봉쇄되고 시민들과 도시를 찾았던 사람들은 갇힌다. 사라진 병이라고 알았던 페스트가 도시를 덮치면서 사망자가 늘어나는 동안 공포에 휩싸인 오랑은 온갖 거짓 소문까지 나돌면서 감당할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페스트와 싸우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들의 분투는 눈물겹다. 페스트가 창궐한지 열 달, 드디어 기세는 꺾인다. 부조리한 인간, 부조리한 세상을 문학으로 고발했던 까뮈는 잔혹한 현실 앞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인간성의 가치를 이야기 한다.
페스트는 실제 인류의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재앙으로 꼽히는 전염병이다. 1347년부터 시작되어 1351년까지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로 지역과 기간에 따라 적게는 2천 500만 명, 많게는 6천만 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페스트의 공포는 유럽인들을 공황 상태에 빠트렸고, 두세 배의 임금을 지불하고도 곡식을 수확할 농민들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히 줄어든 인구는 유럽의 수많은 도시들을 황폐화했다. 이 도시들이 페스트 이전의 인구를 회복한 것은 300년이 지난 뒤였다. 그 뿐인가. 당시 페스트로 잉글랜드와 프랑스간의 백년전쟁도 중단됐다니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중세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페스트는 이후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재발했으나 어찌됐든 지금은 역사 속 전염병이 되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폐렴 여파가 심상치 않다. ‘신종 코로나’라 명명된 이 전염병의 규모와 확산 속도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거짓 뉴스까지 쏟아지면서 불안을 가중시키는가 하면 중국 혐오를 부추긴다. 정치적 갈등이 끼어들지 않으면 이상한 일. 우한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을 데려오는 전세기 운행을 두고도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의 입장이 다르다.
까뮈의 ‘페스트’속 인물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운명을 마주한다. 그러나 끝내 절망을 뚫고 희망을 만나는 사람들은 인간애로 공동 운명체를 지켜가는 사람들이다. 현실이라고 다를 리 없다. 인간애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