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수의 의미

김형중 전 전북여고 교장

사람마다 복잡다단한 정의(情意)가 행복의 개념이다. 행복의 쾌감은 마음에서부터 일어난다. 수학적으로는 일생동안 즐겁고 좋았던 질량과 고통스러웠던 수량을 비교해서 말할 수 있고, 의학적으로는 노인이 되어서까지 건강 정도에 무게를 둘 것이고, 철학적으로는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로 정의(定義)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사람도 늘 행복에 취해있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은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자기가 해보고 싶은 일에 심취했을 때와 하고자했던 것들이 뜻대로 되었을 때,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짜릿한 느낌일 것이다.

주위사람들이 보기에 저 사람은 권세와, 지위와 경제력도 있으면서 자기가 바라는 대로 모두를 이뤄냈기에 행복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에게 ‘지금의 생활이 매우 만족하시죠?’라고 묻는다면 되돌아오는 응답은? 인간들은 모든 것을 채워갈려고 하는 데서 불만과 불평과 불안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체 오늘을 살아간다.

현대들은 문명화된 감옥 속에서 인스턴트 시대를 바쁘게 때로는 바쁜 척하면서 메마른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야만 낙오자대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길을 가다가 아니면 운전을 하다가 빨간불과 파란불의 교차에 조급한 행동을 반사적으로 일으킬 때가 있다. 때로는 속도경기에서 적용되는 백분의 1초나 일천 분의 1초가 운명을 가른다. 초조하거나 정신이 혼미해질 때 잠깐 여유를 갖는 느슨하게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도 있으련만.

누구나 주관과 목표를 설정해놓고서 인생을 엮어가지만 희망과 절망이 수없이 교차되면서 의도와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있다. 낙원을 찾아가는 길은 벅찬 오르막도 있을 것이고, 생각처럼 되지 않는 내리막길도 있다. 때로는 지름길도 있고, 한참을 땀 흘리고 왔건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을 만나 돌아가야 하는 황당한 일도 있을 것이다. 급할 때 찾는 지름길이 길이라면 빠른 판단으로 돌아가는 길도 분명한 길이다.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대체로 인생을 신나게 즐기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즉 자신의 꿈을 좇으며 살라는 말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조건의 욕구는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결국 생각의 차원이 갈림길이다.

거울의 의미는 어떤 사실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보여주는 것을 비유하는 물체의 명칭이다. 우리들은 날마다 거울 속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면서 하루를 시작해간다. 겉모습에만 도취하지 말고 냉철한 잣대로 거울 속에다 자신을 드러내야만 달성하려는 목표나 가치관의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 행위의 시작이 바로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한다.

히말라야 자락의 은둔 왕국인 부탄은 인구 70만 명에 국민총생산이 3000달러에 불과하지만 2016년 유엔이 조사한 세계행복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들보다 훨씬 부유한 당시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세계 96위였다고 하는데, 그들의 행복지수는 왜 그리 높았을까?

어떤 글쟁이가 얼굴과 이름을 알면 이웃이 되고, 성향과 색깔을 알면 친구가 되고, 인성과 모습을 알면 연인이 된다고 했다. 우리도 행복한 사람이 되려한다면 세상과 대립하거나 주위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고 과다한 욕심을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뭔가 덜 채워진 것 같은 아쉬움이 늘 곁에 머물지만 현실에서 뚜벅뚜벅 걷다보면 행복이란 환영도 서서히 다가오리라.

/김형중 전 전북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