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에 층간 흡연문제로 집 안까지 들어와 난동을 부리는 이웃을 집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사소한 찰과상을 입힌 공무원이 ‘국가공무원법 제63조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사례를 접했다. 단지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비롯된 문제마저 징계사유로 삼는 것이 과연 국민의 정서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반대로 같은 사례에서 공무원이 상해를 입었다면 공상처리가 가능했을까. 그 공상처리에 대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었을까.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이라는 이유로 공무원을 비유적으로 ‘철밥통’이라 부르는 대다수의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공무원의 권리와 의무의 균형에 대해 혼란에 빠졌다. 공무원은 ‘숨도 쉬지 말라’는 것인가.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하여 공무원의 지위와 책임을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공무원의 헌법상 책무의 실현을 위하여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에게 법령 준수 및 성실의 의무, 친절·공정의 의무, 청렴의 의무, 품위 유지의 의무 등을 부과하고 있으며, 그 의무위반행위 및 직무태만행위에 대하여 징계로서 책임을 묻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든 국가작용이 현실적으로 공무원 개개인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만큼, 공무원이 수행하는 국가작용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공무원은 공직자인 동시에 국민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와 기본권을 향유하는 기본권주체로서의 지위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므로, 공무원이라고 하여 기본권이 무시되거나 경시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의 내외 영역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공무원의 품위손상행위에 대한 사례별 징계사유와 징계양정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국가공무원법 제63조의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특정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직무 외 영역에서의 품위손상행위로 징계대상자가 된 해당 공무원의 지위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공정하고 신속한 업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현실에서는 징계대상공무원은 물론, 그 동료들에게까지 회의감, 박탈감, 자괴감이 확산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기에 심각한 문제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 제시한 사례로 돌아가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공무원 징계, 집에서도 해야 하는가.
공무원도 소위 ‘철밥통’이라고 부르는 국민과 같은 국민이자 개인인 만큼, 지극히 사적영역에서 개인으로서 한 행위까지 공무원으로서 책임지라는 식의 국민 눈높이는 이제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그런 만큼 이제는 국민이 현명한 지혜를 모아 공무원의 직무 외 영역에서의 개인적 행위에 대한 징계사유 및 징계양정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목소리로 정부와 국회의 의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무원은 이러한 국민의 목소리를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엄격한 사회?도덕적 윤리의식을 갖추기 위한 나침반으로 삼아 국민을 더 섬세히 섬겨야 할 것이다.
/박형윤 한아름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