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봉테일이 대세다. 봉준호 감독의 이름과 영어 ‘디테일’이란 단어를 합친 말이다. 정작 본인은 왠지 쪼잔한 사람인 것 같아 싫다고 너스레를 친다.
과거 <살인의 추억> 촬영현장에서 봉 감독이 소품의 크기와 형태까지 꼼꼼이 계산하는 걸 보고 붙게된 별명이란다. 어쨋든 이런 그의 세심하고 치밀한 연출들이 쌓이고 쌓인 <기생충> 이라는 작품을 통해 아카데미 4관왕의 대기록을 만들어 낸 것이다. 봉 감독은 머리만 좋은 것이 아니라 섬세함이라는 좋은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던 것이다. 기생충> 살인의>
사실 좋은 습관을 만든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어릴 때 몸에 밴 버릇은 인생을 마칠 때까지 고치기 힘들다는 뜻이다. 생리학적으로 우리 인간의 두뇌는 거의 세 살 이전에 90%이상 완성된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만 좋은 습관을 형성할 수 있을까? 결국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빌 게이츠도 자신만의 굴레를 벗어나 다른 사람의 장점과 좋은 습관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필자의 예를 들면, 십수년간 동고동락을 함께해 온 술과 담배라는 나쁜 습관을 끊은 것이었다. 스무살 때 한 번 빠져든 고질병의 나쁜 습관은 24시간 나의 육체와 영혼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군대와 직장생활 내내 술과 담배에 푹 빠져들었던 것이다. 결국 탈이 났다. 건강검진시 혈압, 당뇨 등 성인병을 나타내는 모든 수치가 정상치를 한참이나 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술과 담배를 계속하였고, 결국 자신감도 떨어지고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상황까지 다다르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술과 담배라는 아주 작은 기호적 습관들이 인생 전반을 고민하는 지경까지 도달한 것이다.
드디어 사생결단을 해야겠다는 강한 생각이 들었다. 수십 번의 뼈를 깎는 시행착오를 거쳐 1998년 담배를 끊게 되고 2009년에는 술까지 결별하는데 성공하였다. 스무살 젊은 호기에 잘못 들어선 나쁜 습관을 24년 만에야 가까스로 끊게 된 것이다. 신기한 것은 나쁜 습관과 결별하자마자 바로 좋은 점들로 채워진다는 것이다. 우선 불쾌한 냄새가 사라지니 주위로부터 환영을 받았고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매사 긍정적인 삶이 되었다. 업무에 흥미를 갖자 승진이라는 행운도 자연스럽게 따라 붙고, 인생의 목표가 뚜렷해지면서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박사학위까지 도전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습관이 우리의 운명까지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해 교통안전공단 발표에 따르면, 5년간(2014~18년) 안전띠 미착용으로 1,30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띠 착용여부가 확인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10명중 4명 꼴이다. 과속·음주운전 등 여러 교통 사망사고 원인이 있지만 좌석 안전띠 착용여부의 작은 습관이 이렇게 엄청난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가 차를 타며 일부러 죽기 위해 운전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다만 나쁜 습관이 목적과 수단을 전도시켜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것이라는 사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함영욱 장수경찰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