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의 핸들이 무겁다.
소태정 고개를 넘어 멀리 전조등을 내쏜다.
귀가하는 불개미들의 불빛이
굼실굼실 꼬리를 물고 다가왔다 지나간다.
섬광이 번쩍, 눈앞이 캄캄하다.
온몸이 감전된 듯 소름이 돋는다.
낯선 인연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하루 피곤을 짊어진 불개미들이 지금
제 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지구가 수만 바퀴 돌다 망가질 때까지 그렇게
불개미들이 짐을 지고 헤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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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불개미들은 살아있을 것이다.
세상의 종말까지 불개미들은 일을 할 것이다.
생명이 다 하는 날까지 불개미들은 귀가하고 또 출근할 것이다.
그래서 제가 기어이 불이 되고야 말 것이다.
그 불이 꺼지는 날 비로소 우주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김제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