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권력과 전북지방권력의 함수

위병기 정치·경제 에디터

참으로 묘하다. 연초만해도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압승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고, 여당의 실력자는 100년 집권론까지 들고 나왔다.

“다른것은 몰라도 야당 복은 있다”는 말을 들을만큼 문 대통령 집권후 3년 가까이 야당은 사분오열됐고, 자유한국당 중진들은 교대로 삽질을 해주면서 여당 압승은 떼논당상처럼 보였다.

그런데 음력 설 명절을 지나면서 전혀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멀리 중국 우한 지방에서 창궐하는 것으로만 생각됐던 코로나가 TK를 중심으로 전국을 강타하면서 날로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이번 총선 최대 변수가 코로나가 될 것임은 점점 분명해진다.

참패 위기에 직면한 야권은 대오를 정비해 미래통합당으로 합치면서 어쨋든 여야 1대 1 대결구도를 만들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또한 지역구를 완전히 포기하고 비례의석만 보고있는데 야권과 공조를 취하는 모양새다. 민생당이 태동했지만 이는 호남에서 지역구 몇석을 노리는데 불과하고, 정의당이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석에 눈길이 가 있다.

결국 253개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양분하면서 민생당이나 정의당 등 소수정파가 일부 낙수효과를 노릴뿐이다.

이번 21대 총선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결정적으로 좌우하게 될 획기적인 관문이다. 여의도 권력을 장악하는 정당이 앞으로 2년간 국정을 좌우하게 됨은 물론이다. 만일 민주당이 압승한다면 2년간 레임덕 없이 국정을 끌어갈 수 있고 잘만하면 재집권도 유력해진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압승하면 청와대 권력은 반신불수가 될게 불을보듯 뻔하다. 이미 호남이나 영남에선 뚜렷한 지역구도가 다시 형성됐다. 수도권, 충청권이 문제인데 총선 결과는 여의도 권력뿐 아니라 2년후 지방권력 판도에도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누가 선출되는가에 따라서 도지사나 시장, 군수의 얼굴이 달라질 수 있다. 먼저 도지사 판도를 보자. 지금까지 민주당 공천 결과를 볼때 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김춘진, 이춘석 등이 일단 떨어져나갔다. 민주당에서는 송하진 현 지사가 크게 유리해졌고, 단지 김승수 전주시장 정도가 변수로 남았을 뿐이다. 5일 발표되는 민주당 전주갑, 전주을, 남원임순 등의 3곳 경선을 보면 차기 도백선거 구도가 사실상 확정되다시피한다. 정동영, 유성엽 예비후보 등도 차기 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될 수 있으나, 먼저 이번 총선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대선직전 민주당과 민생당이 통합하는 변수가 없는 한, 이들은 도백 후보군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전주시장의 경우 전주 갑,을,병 선거 결과에 따라 크게 판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승수 시장과 가까운 이가 선출되면 호시탐탐 도백까지 노리겠지만 다른 이들이 당선되면 2년후 시장선거도 알 수 없게된다. 국회의원 2명을 선출하는 익산시장 선거 역시 이번 총선과 크게 맞물린다. 만일 민주당 후보가 익산 갑, 을 2곳에서 당선된다면 정헌율 시장으로선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다. 이강래, 박희승, 이용호 3인이 호각지세를 형성한 남원, 임실, 순창 단체장은 여러곳에 보험을 들어야 할 상황이다. 군산시장을 비롯한 타 시장·군수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어느 라인에 섰는가에 따라 2년후 당락이 엇갈린다. 코로나 파동 속에서도 도민들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결과를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