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해 전부터 자주 즐겨 듣게 된 노래가 있다. 1940년대 중반, 이탈리아 반파시즘 저항군들이 불렀다는 <벨라 차오(bella ciao)> 다. 처음 들었던 것은 영국 출신의 혼성 8인조 클래식 재즈 아카펠라 음악 그룹 스윙글싱어즈(Swingle Singers)가 부른 <차오 벨라 차오> 였는데, 뜻을 잘 알 수 없었으나 ‘벨라 차오’를 반복하는 가사와 빠른 템포에 쾌활하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가 묘하게 마음을 끌었다. 차오> 벨라>
<벨라 차오> 는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내 사랑(사랑스러운 사람아) 안녕> 쯤이 되겠다. 무솔리니의 파시즘과 나치의 이탈리아 침공에 저항한 레지스탕스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시기, 이탈리아 민중들이 저항정신을 담아 불렀던 일종의 투쟁가다. 내> 벨라>
‘내가 애국투사로 죽거들랑 나를 묻어주어야 하오/나를 산 밑에 묻어주오 오 벨라 차오 벨라 차오 밸라 차오차오차오/나를 산 밑에 묻어주오 아름다운 꽃그늘아래’
멜로디는 서정적이지만 투쟁에 나선 저항군의 사연을 담고 있어서인지 결연함과 슬픔이 짙게 배어난다. 자료로는 19세기 중반부터 불려 졌던 비슷한 곡이 있었지만 1906년 이탈리아 북부의 피에몬테에서 불렸던 베르첼리를 최초의 버전으로 삼는다.
오늘 전해지는 노래는 이탈리아 민요를 연구하는 조반나 다피니가 1962년 녹음한 것이다. 자유와 저항정신을 담은 노래지만 60-70년대, 이브 몽땅을 비롯해 이름을 알린 유럽의 가수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불렀을 정도로 대중들에게 친근한 노래가 되었으며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수많은 연주단이 노래를 편곡해 자신들의 레퍼토리로 삼았다.
유럽을 중심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상징하는 노래가 된 <벨라 차오> 는 가사가 담고 있는 상징적 메시지와 경쾌하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 덕분에 자유와 저항의 힘이 필요한(?) 세계 곳곳에서 불리고 있다. 유튜브에 수많은 버전의 <벨라 차오> 가 올라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의 한 원로 신부가 미사가 끝난 후 이 노래를 부르자 신도들이 함께 따라 부르는 영상도 있는데 이들이 부르는 <벨라 차오> 는 더 특별한 감동으로 온다. 화제를 모은 영화 <두 교황> 의 마지막 부분 배경음악에 <벨라 차오> 가 담긴 것도 각별한 이유가 있을 터다. 벨라> 두> 벨라> 벨라> 벨라>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거세다. 우리나라와 함께 유럽에서는 이탈리아가 위기다.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의 힘이 절실해서일까. 시대와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로 만든 민중의 노래 <벨라 차오> 의 힘이 새삼스럽다. 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