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문화-다양성’을 기본으로 하는 시대이며, 문화-다양성을 제대로 추구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융합적인’ 역동적 학술활동을 그 필수조건으로 한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벌써 25년이 지났지만, 전북은 과연 21세기 문화-다양성 시대에 대응하는 미래비전과 실천방책을 얼마나 탐구하고 준비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늘 갖게 된다.
이런 미래비전은 이 지역 주민들의 자주적-융합적인 노력에 의해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런 미래비전과 실행 방향과 대안들을 탐구하는 학문을 우리는 ‘전북학’이라 부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전북인들은 과연 이런 자주적-융복합적인 방향의 전북학을 시작이나 하고 있는가. 아니면 아직도 막연히 서양-근현식 패러다임에 따라 구성되어 있는 이른바 ‘전공’이라는 좁다란 감옥에 갇혀 융합적 역동력이 마비된 채로 닫혀 있는 것인가. 우리 전북에도 ‘전북연구원’ 등이 있어서 이런 방향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으나, 아직도 그 방향을 제대로 잡아 나아가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을 갖게 된다.
지역학의 여러 문제점을 빨리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능동적-역동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이 진정한 지역발전의 토대를 선진적으로 마련하는 길이기에, 고민 끝에 나름대로의 몇 가지 다음과 같은 방향과 대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전북학은 기존의 개별학적 태도를 버리고 전북이라는 대상을 새로운 중심으로 놓고, 이에 대한 융복합적 태도와 방향으로 추구해야 한다. 이런 방향은 전북 관련 몇 가지 기존 학문을 모으는 식으로는 불가능하며, 전북이라는 새로운 대상을 다루기 위한 새로운 융복합적 방법을 추구해야 한다.
둘째, 이 새로운 학문적 대상은 우선 ‘전북-아카이브’로 부각시켜야 하고, 이것을 자연-아카이브와 문화-아카이브 양면에서 융복합적으로 다루어야 하며, 전북은 이 두 가지가 모두 전국에서 가장 다양하다는 점을 특히 주목해야만 한다.
셋째, 전북-문화-아카이브 중에서는 우선적으로 ‘전북-사상-아카이브’를 중시해서 탐구해야 한다. 여기에는 태인-칠보의 풍류사상, 김제의 미륵사상, 일재 이항의 이기일물설, 간재 전우의 ‘기중심’ 성리학, 부안의 반계 실학사상/북학사상, 동학혁명사상, 진안 김광화의 남학사상, 증산 강일순의 중학사상/해원-상생-대동사상 등의 연구가 중요한 키 포인트와 미래지향적 비전을 극명하게 구현해줄 것이다.
넷째, 주요 연구 영역으로는, 철학-사상, 자연-인문 생태 환경 및 동식물 자원, 수자원, 자연-인문지리, 생산활동 및 생업·산업, 식생활, 의생활, 주거생활, 사회생활 및 제도, 언어-방언, 문화-예술, 역사, 종교-신앙, 의료생활, 교육, 과학사, 축제-놀이-풍속, 서적-문서, 유물-유적, 구비전승, 경제-금융 연구 등이 될 것이다.
다섯째, 이러한 연구를 새로운 지평에서 융복합적-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실행기구로서의 ‘전북학센터(가칭)’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이 연구소는 번드시 기존의 분리적-분야적-전공적 방식으로 연구-운영되는 연구소가 아니라, 융복합적-귀납적 접근방식을 추구하는 연구센터이어야만 한다.
여섯째, 이러한 방향을 실제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실천성 및 지속성이 담보된 기구가 반드시 출범해야만 하며, 이 기구는 탁월한 능력과 영감을 가진 인재들이 융복합적-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주도해야 한다.
일곱째, 끝으로 이 학문/학술 분야의 투입 예산은 지금과는 다른 차원에서 혁신적으로 투여되어야 한다.
이 지역 문화연구에 평생을 종사해온 현장 경험과 그동안의 학문적 체험을 근거로, 이렇게 몇 가지 전체적인 제안을 드려본다. 관심 있는 분들의 참고와 적극적인 동참을 바랄 뿐이다.
/김익두 전북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