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거세진 자동화와 무인화(無人化) 바람에 ‘디지털 문맹(文盲)’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디지털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생기면서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두터운 계층간 장벽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문맹’들은 대부분 장노년층이다.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경제 사회적 격차인 ‘정보 격차(Digital divide)’가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개선이 요구되는 또 하나의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장노년층들이 일상에서 디지털 소외를 겪는 것은 무인 단말기인 ‘키오스크(KIOSK)’를 비롯 인터넷 뱅킹, 온라인 예매 등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앱을 설치해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거나 이를 복잡하고 귀찮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온라인 이용할 때 수수료와 시간이 절감되고, 할인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데도 외면함으로써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상황도 기꺼이 감수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실시한 2018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도 장노년층의 낮은 디지털 역량 수준과 활용도를 보여주고 있다. 일반 국민의 평균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로 볼 때 60대의 수준은 70.3%, 70대 이상은 27.4%에 그쳤다. 반면 20대는 127.0%, 30대는 123.0%로 높게 나타났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연일 지속되면서 한국사회 디지털 격차의 한 단면이 또 드러나고 있다. 클릭족들은 자신의 정보와 디지털 활용능력을 총동원해 온라인 상에서 하루에 수십장 씩의 마스크를 확보하는가 하면, 장노년층들은 마스크 파는 곳을 찾아 몇시간 씩 줄을 서도 몇 장 건지기 힘들다. 줄을 서서 대기하는 사람들도 이들이 대부분이다. 며칠 전에는 주요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자동화 컴퓨터 프로그램 일명 ‘매크로’를 이용해 마스크를 싹쓸이한 사례도 적발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정부가 이번 주부터 마스크 공적 판매를 확대하며 수급개선에 나섰지만 마스크 대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위치기반 서비스를 토대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마스크의 판매 재고 현황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이트와 앱들까지 등장하고 있지만 이것들도 장노년층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모든 분야에서 자동화 무인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추세속에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정책과 배려가 아쉬운 시점이다. 정보격차가 심해질수록 세대간 갈등의 심화도 우려된다. 장노년층들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접근성과 사용성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과 서비스 개발에 더욱 주력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