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4월, 우리는

김소정 익산시선거관리위원회 홍보계장

“마치 이 나라가 일본의 지배로부터 해방된 1945년 8월 15일 같았다. 스스로 자유로운 몸이 된 것이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거리로 나와 3·15 부정선거에 분노하며 대통령 하야를 부르짖었던 거대한 함성이 결실을 맺은 순간, 푸른 눈의 한 기자는 한국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해방과 같았던 자유의 기쁨. 작지만 소중한 열망이 모여 만들어낸 역사의 전환점. ‘시장에 가서 비린 생선냄새를 맡을 때도 목이 마를 때도 졸음이 올 때도 꿈속에서도 우리들의 싸움은 쉬지 않는다’했던 시인 김수영의 말처럼 60년 전 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빛났다.

그리고 2020년. 시민이 나라를 만들어가는 역동적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시작으로 2010년 교육감 선거, 2015년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 이르기까지 우리 손으로 직접 지역의 일꾼을 뽑는 권리는 늘어났다. 또한 온라인 투표가 활성화됨에 따라 마을 공동체와 학교, 일터 곳곳 일상 저변에 선거문화가 정착해 가고 있다.

이처럼 투표는 생활 깊숙이 들어왔고 우리 사회는 점차 성숙해졌지만,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선거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선거 범죄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어 왔다. 우여곡절 끝에 피어난 민주주의라는 꽃을 뿌리째 흔드는 허위사실 공표나 기부행위 등의 범죄는 선거 때마다 고개를 불쑥 내밀고 등장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선 매수·기부행위, 허위사실 공표·비방·흑색선전, 후보자추천 관련 금품수수행위, 언론의 허위·왜곡보도, 불법선거여론조사 등 중대선거범죄에 대한 총 605건의 고발(154건)과 수사의뢰(43건), 경고 등(408건)이 이뤄졌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선거에 뛰어든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긴 ‘흑색선전’이 선거의 장을 오염시켰고, 다수의 범죄행위가 발생하였다.

다시 4월이다. 이번 제21대 국회의원선거는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른 교복입은 유권자의 등장과 다수 정당의 출현으로 새로운 환경 속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특히 만 18세로의 선거권 연령 하향은 교실의 정치화 또는 고등학생 선거사범의 등장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공무원 등의 선거관여행위를 중대선거범죄로 규정하고 교육 현장에서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등은 고발을 원칙으로 엄중 대응할 방침이다. 수업 중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불리한 발언을 하거나 지지·추천·반대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외에도 사후 대처가 아닌 선제적 예방활동을 강화하여 후보자간 치열한 경쟁에 따른 중대선거범죄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 확고한 원칙이다.

60년 전 거리의 사람들은 빼앗긴 봄을 되찾았고, 치욕의 흔적에 대한 반성의 결실로 선거관리위원회라는 새싹을 피워냈다. 시민들이 누리는 소중한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역사의 구성원인 우리는 오늘도 앞으로 나아간다. 다시 60년 후, 2020년 그 해 4월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따듯한 봄, 희망의 미래를 그려본다.

/김소정 익산시선거관리위원회 홍보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