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대기오염

박인환 논설고문

예년 이맘때면 우리나라는 온통 미세먼지로 시끄러웠다. 한반도의 전형적 겨울날씨인 ‘삼한사온’ 대신 ‘3일은 추위, 4일은 미세먼지’라는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해마다 기승을 부리던 미세먼지가 이번 겨울에는 눈에 띄게 그 기세가 약해졌다.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추진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 까지 전국의 초미세 먼지 평균농도는 26㎍/㎥로 최근 3년 같은 기간(31㎍/㎥)과 비교할 때 약 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 ‘좋음’ 일수(日數)는 지난해 열흘에서 올해는 20일로 두배나 늘었고, ‘나쁨일수’는 24일에서 21일로 13% 감소했다. ’고농도‘ 일수는 11일에서 이틀로 80% 가량 줄었다. 시간당 최고농도 역시 199㎍/㎥로 지난해(278㎍/㎥)보다 약 28% 감소했다. 대기오염이 확연하게 개선된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환경부는 이처럼 대기 질이 좋아진 원인으로 먼저 기상조건을 꼽았다. 올 겨울 예년 보다 기온이 따뜻하고 대기정체가 많았으나, 눈 보다 비가 많이 내리고 동풍이 많이 불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미세먼지가 심한 12월부터 이듬해 3월 까지 4달동안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하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도 상당한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줄어든 것과 ‘코로나19’와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 자국내 우한(武漢)에서 발원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다. 주민 격리와 도시 봉쇄로 자동차 운행도 크게 줄었다. 실제 미국항공우주국(NASA)가 촬영해 최근 공개한 올해 1월 1~20일, 2월 10~25일 사이 중국 위성사진에는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질소(NO₂)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질소는 자동차나 공장시설에서 주로 배출된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차량 통행과 기업활동을 제한하던 시기에 대기오염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추론이 합리적으로 설득력을 얻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공장 가동 중단 등이 대기오염 개선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는 더 연구 분석해야 할 과제이지만 미세먼지 감소가 ‘코로나19’ 발생이후 중국의 확산 억지 조치에 영향을 받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 중국의 변화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된 후 중국이 그동안의 경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펼치면서 공장 풀 가동등 생산활동을 극대화할 때 과연 우리나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불편은 겪고 있지만 맑은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았는데 앞으로 예상되는 대기오염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