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키로 했으나 전북지역은 제외되었다. 감염병의 특성상 언제 어느 곳에서 대규모로 창궐할지 모르기 때문에 전북에도 전문병원 설립을 서둘렀으면 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5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영남, 중부, 인천, 제주 등 4개 권역에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 및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호남권역은 이미 조선대병원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키로 했기 때문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의 급습 주기가 빨라지고, 대규모의 후유증을 낳는다는 점에서 권역별이 아닌 광역 생활권별로 설립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2015년 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치른 이후 신종 감염병 대응과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추진해 왔다. 당시 제기됐던 전문인력 부재와 전문시설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하고 중앙과 5개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정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2017년 문재인대통령의 대선공약과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2017년 중앙 감염병병원으로 국립중앙의료원, 권역 감염병병원으로 조선대병원 등 2곳을 선정했을 뿐이며 이들의 설립도 지지부진하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늦어진 것은 정부와 국회가 사태 발생 시 냄비 끓듯 시끄러웠다 잠잠해지면 우선순위를 뒤로 미루기 때문이다.
이제 온 나라가 불안과 공포에 떨지 않도록 대비에 철저를 기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5개 권역으로 나눌게 아니라 각 도(道)별로 생활권에 따라 전문병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 전북의 경우 이번에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아 크게 다행이나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대구·경북과 같은 무방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현재 전북에는 음압병실이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에 각각 8개와 3개 등 11개 병상에 불과하다.
전북은 두 가지 점에서 장점이 있다. 하나는 메르스나 코로나19처럼 대부분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동물에서 인간에게 전파된 점을 감안하면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 하나는 대구·경북지역의 의료진 부족 현상에서 보듯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의 시급성이다. 당리당략과 지역이기주의를 떠나 폐교된 남원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해야 한다. 전북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고, 이들 시설과 연계한다면 범국가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