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동안 지역 대안교육에 열정 쏟아온 이무흔 무주푸른꿈고 교사

“사람의 삶은 지역을 통해 가꿔 나가는 것”
공부방·작은도서관 설립…군민의장 수상도

이무흔 무주푸른꿈고 교사

“지역과 함께 살아가는 교육현장을 만드는 게 교육자인 제가 할 일이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무주 푸른꿈고등학교 이무흔 교사(53)가 무주에 첫발을 들인 건 1997년의 일이다. ‘학업 스트레스 없는 학교, 밝고 재밌는 학교, 학생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학교’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가난했던 어린 날에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보는 건 그에게 늘 가슴 아픈 일이었다. 번민과 갈등으로 힘겨워 하던 고교 시절에 마음을 다잡게 해준 한문 선생님을 동경하면서 교사의 꿈을 키웠다는 이무흔 교사. 그렇게 1995년 한문교사가 된 그의 첫 부임지는 인천의 한 여자 상업고등학교였다. 2년 반 동안 아이들과 부대끼며 최선을 다했지만 마음은 늘 편치 못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진정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보자 싶어 사표를 냈습니다.” 그 일은 이 교사가 태어나 처음 불효를 한 순간이 됐다. “첫 발령 때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셨어요. 그걸 그만둔다니 상심도 크셨겠죠. 근데 내색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참교육자가 되어보겠다는 자식을 믿어주신 거지요.” 그 길로 이 교사는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인 무주푸른꿈고등학교 설립 준비위원회에 참여하게 됐고 지금까지도 아이들과 희망을 나누면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교육은 한 사람의 삶과 이어지는 것이고 지역에 뿌리를 두는 교육정책은 꼭 필요하다’는 평소 그의 생각은 교육과 돌봄이 필요한 농촌 아이들을 위한 ‘만나공부방(현 만나지역아동센터, 1999년 개소)’을 만들었고 주민들을 위한 ‘만나문고(현 만나작은도서관, ‘02년도 개소)’까지 탄생시켰다. 이 교사 자신은 물론 자녀들의 ‘코 묻은 돈’까지 보태가며 마을행사와 어린이 놀이터로 활용 가능한 ‘진도리 작은 운동장’을 만든 2015년에 그는 외지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무주군민의 장(향토공익장)까지도 받게 된다.

“서로를 돌아보고 안부를 건넬 수 있는 여유, 누가 먼저 가느냐가 아니라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게 대안교육이지요. 나무가 뿌리를 내리면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 사람도 지역을 통해 그 삶을 가꿔나가는 겁니다.”

무주에서의 23년. 아이들과 꿈을 이야기하고 농사일에 땀도 보탰다. 폐휴지를 줍고 마을벽화를 함께 그리며 지나온 그 세월이 자신을 진정 무주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말하는 사람 이무흔 교사. ‘무주가 살아나는 교육현장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며 지역에 희망을 심고 있는 그를 보면서 사람 북적이는 정겨운 무주의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