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

박인환 논설고문

주요 선거일 마다 오후6시 정각이 되면 국민들의 시선은 TV화면에 쏠린다. 방송사가 당일 시행한 출구조사 결과를 보기 위해서다. 선거 판세를 알리는 자막이 뜨는 순간 승자로 예측된 측에서는‘와’하는 함성이 터지고, 패자로 예측된 쪽에서는 침통한 분위기에 빠진다.

우리나라에서 본격 출구조사가 시행된 것은 2000년대 부터이다. 이전인 1996년 제 15대 총선에서 출구조사가 실시됐지만 전화를 통한 조사였고, 일부 지역에 그쳤다. 2000년 4월 실시된 제 16대 총선에 방송 3사가 참여해 사실상 첫 출구조사가 이뤄졌다. 이후 대선을 비롯 총선, 지방선거 때 마다 출구조사가 시행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출구조사는 선거 예측조사의 핵심으로 예측력이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에게 어느 후보를 선택했는지 직접 묻는 방식이기 때문에 여론조사 기법인 자동응답조사(ARS)나 전화 면접조사 보다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많은 인원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신속한 보도를 내세우는 방송매체로서는 놓칠 수 없는 이벤트다.

우리나라의 출구조사는 시행 이후 단일 선거구에 표본집단이 다양한 대통령 선거와 비교적 선거구가 적은 광역 단체장 선거에서는 상당한 적중률을 보였다. 제 15대 부터 제 19대 까지의 대선에서 방송 3사의 출구조사는 세부 지지율에서는 실제와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당선자를 성공적으로 예측했다. 제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후보 50.1%, 문재인후보 48.9%를 예측해 실제 선거 결과(박후보 51.55%, 문후보 48.1%)에 0.8% 이내 오차로 근접하는 정확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전국이 200개 이상의 선거구로 나뉘어진 역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적중률과 신뢰도에 한계를 보였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른 예측치가 크게 벗어나는 경우에 대비해서 이른바‘보험성 예측’으로 최소∼최대 의석 수 범위를 나타낸 예측치를 표시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정확도 면에서 여전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제 21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 10∼11일 실시한 사전선거의 투표율이 26.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출구조사 정확도가 또 도마위에 올랐다. 이미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전체 투표율이 75%에 달한다면 유권자의 3분의 1이 대상에서 빠지는 셈이다 여러 기법을 동원해 이같은 문제점을 보정하겠지만 조사자 입장에서는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닐 것이다. 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선거구가 많은 국회의원 선거 특성상 사전 투표율이 높은 이번 총선에서의 출구조사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