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21대 총선은 정말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결과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쓰나미가 몰아칠 때도 152석을 얻는 데 그쳤으니 이번 결과는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기대하기 힘든 꿈의 숫자다. 선거 후 패배의 아픔을 삭이면서 재기를 노리거나 정계은퇴를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전북정가는 재선급이 6명, 초선급이 4명이고 3선 이상 중진은 전무한 상황을 맞고 있다. 한 세대는 가고 또 한 세대는 오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치이건만 일거에 중진이 사라진 전북의 정치적 위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물론, 지역구 10명 이외에도 전북과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당선인들이 30명 가까이 되기에 마냥 걱정할 것만은 아니지만, 노련미가 부족한 신인들의 역량은 당장 지금부터 시험대에 올라 있다.
선거로 모든 게 끝난 것 같은 바로 이 순간 거대한 싸움이 붙을 수밖에 없다. 2022년 대선이 3월 9일로 예정돼 있고 곧바로 6월엔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2년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무슨 대선 얘기냐”고 하는 이들은 냉혹한 정치 현실을 잘 모르기에 하는 말이다.
역산해 보면 내년 9월 쯤엔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데 이는 올 연말 정기회 직후부터 여야 공히 대선 정국에 돌입한다는 얘기다. 결국 6월 초 21대 국회 원구성, 8월 전당대회부터 엄청난 권력투쟁이 벌어짐을 의미한다. 지금 여야의 모습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0일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다. 첫 발부터 시비거리를 만들지 말고 경제와 일자리 등 민생 문제에 집중해 달라는 주문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로 가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시끄럽다.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의 거취가 최대 변수다. 과연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할지 여부가 대권가도에 있어 큰 전환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한 잠룡들이 즐비한데 현재로선 이낙연 전 총리가 대권에 가장 가까이 접근해 있다. 만일 오늘 대선을 치른다면 각종 여론조사 결과 등을 감안할 때 이낙연 카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대선은 내후년 3월에 치러진다. 진짜 대권행 열차는 지금부터다. 그의 고향인 영광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거쳐 삼청동 총리공관까지 가는 데 68년이 걸렸다면, 이제 여의도에서 청와대까지 가는 2년의 시간도 결코 과거 68년에 못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다. 뚜렷한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 미래통합당은 한동안 커다란 소용돌이에 휘말릴 조짐을 보인다. 총선 참패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과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로 가느냐, 마느냐 시끄럽다. 확실한 대권 후보가 없기에 당분간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는 8월 전당대회 이후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지금은 민주당과 통합당 의원 수가 거의 2배나 차이가 나기에 대선은 해보나 마나 한 대결같지만, 홍준표 의원이 불쑥 던진 말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83명의 의원으로도 대통령이 됐다”
물론 “DJ 흉내라도 낼만한 후보군이 과연 통합당에 있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2년 후 세상 인심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면 전북은 향후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뚜렷한 대권 후보가 없는 전북으로서는 향후 이합집산을 거듭할 것이나 대체로 호남의 맹주인 이낙연 전 총리의 대세론에 따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선거인 수 전국비 3.5%에 불과하고 3선 이상 중진이 전무한 전북은 향후 대권가도에서 큰 흐름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북의 정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행보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