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고용 대란

박인환 논설고문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한 은행원의 애환을 묘사한 영상물이 많은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중간중간에 직장 동료들과의 일상 등을 잔잔하게 화면에 담은 이 비디오가 공개되고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적셔 일명 ‘눈물의 비디오’ 라고 불리였다.

당시 국가가 부도위기에 직면하면서 국민 모두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그 충격으로 흑자기업 7000여개가 파산하고, 220만명이 ‘눈물의 비디오’ 주인공처럼 직장을 잃고 길거리에 내몰렸다. 외환위기는 한국경제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일부 국가에 제한된 문제였다. 마찬가지로 2008년에 터진 금융위기는 미국이 진원지인 국지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는 전 지구적인 재난이다.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의 강도는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세계의 주가· 유가가 폭락하고, 관련사업이 침체하면서 대부분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도 위기에서 비껴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은 초토화되고 있고, 대기업들도 항공· 자동차는 물론 전 산업 분야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IMF 위기 때 이상의 고통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100조원 규모의 기업 구조자금을 긴급 투입하고, 1000억원 수준이던 고용유지 지원금을 5배로 늘렸지만 거세게 몰아치는 실업 쓰나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업의 어려움은 결국 일자리의 상실 소멸로 이어진다. 통계청이 지난주 발표한 고용현황에 따르면 3월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15만6000명으로 3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실상의 실업상태인 3월 일시 휴직자 수도 160만7000명으로 급증했다.

이같은 고용대란은 전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최근 한달새 22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도 매주 100만명 안팎의 실업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실업자 급증이 글로벌 수요 감소와 교역 위축으로 이어져 그 여파가 개방형 수출국인 우리나라에 고스란히 전이된다는데 있다. 내수가 급감하면서 국내 관련산업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수요격감은 실업대란의 속도와 강도를 높이리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코로나19가 언제 진정될지 짐작하기 조차 어렵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고용악화는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실업대란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한 국민적 합의와 노력이 절실하다.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현재의 위기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힘을 모아 협력하는게 급선무다. 아울러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실업자들의 생활안정 대책을 비롯한 사회안전망도 촘촘히 보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