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황홀한 감옥

봄은 ‘Spring’이지요.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햇살과 퐁퐁 솟아오르는 샘물 같은 마음 주체할 수 없습니다. 노글노글한 봄볕 아래 한나절 그대를 생각합니다.

아뿔싸! 그런데 이를 어쩌죠? 아롱거리는 아지랑이 때문인지 자꾸만 가물거릴 뿐, 얼굴 그릴 수가 없네요. 그대를 찾아 나섭니다. 깜빡이도 켜지 않고 훅, 내 안에 들어와 버린 그대에게 빈손으로 갈 수는 없지요. 백합 몇 송이 장만하기로 합니다. 꽃집에 가는 내내 ‘안드레아스 숄(Andreas Scholl)’의 ‘백합처럼 하얀(White as lilies)’이 입에 붙네요.

받는 사람 행복하고 주는 사람 황홀한 것이 어디 꽃다발뿐일까만, 함부로 입에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오래 두고 보라고 채 피지 않는 송이를 고릅니다. 그대, 백합은 아직이지만 내 마음은 벌써 활짝 피었답니다.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한잔 술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린 봄날이었습니다. 붉은 노을을 안고 돌아오는 길, 꽉 막힌 차 안에 갇혀있던 시간은 황홀한 감옥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