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 캐러 산속을 들어갔는데
나물이 기다리고 있을 자리에
노루 한 마리 지키고 앉아서 달아날 생각은 않고
흰꼬리 방둥이 들고 아악아악
너 누구냐, 소리 지른다
나? 사람이다
밤 열시, 낚시를 하다가
물가에 물체 하나 있어 불 비춰 바라본다
고라니 한 마리 물 가운데 서서
허리 굽혀 물을 먹는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저벅저벅 다가가
너 무엇하냐 물으니
나? 사람 아니다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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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람이다/ 나? 사람 아니다’ 이 시를 읽고 나면 종일 입가에 맴도는 말입니다.
단순히 시가 가진 리듬 때문이 아닙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사람이었다가 다시 사람이 아니었다가 하는 순간들이 되풀이되곤 합니다.
한결같은 순간에도 사람의 모습을 잃지 않는 삶이 진정 문사다운 삶이겠지요? 짧은 시 한 편이 거대한 울림으로 나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김제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