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 국회의원

백성일 부사장 주필

유권자가 국회의원 당선자한테 바라는 게 거창한게 아니다. 역량있는 사람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사항이다. 지금까지 해결못한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비롯 전주 탄소법개정, 남원공공의대 설립, 전주 제3금융중심지 지정 등을 우선 해결하길 바란다. 이들 현안은 20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처리 못하면 결국 폐기처분된다. 그렇게 되면 그간 노력한 열정이 수포로 돌아갈 뿐더러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남원공공의대 설립건은 선거 때 박지원의원이 목포에다가 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순천에서 출마한 소병철 후보를 돕기 위해 순천에다가 공공의대를 설립키로 약속해 뜨거운 감자가 됐다.

21대 전북정치권은 무소속 이용호의원을 제외하고 9명이 민주당으로 초선 4명 재선 6명이다. 지난 20대 국민의당 녹색돌풍이 분 것과 달리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에 힘입어 민주당이 싹쓸이 했다. 이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그간 나름대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려고 무던히 애섰다. 선거운동기간 중 당선되면 민주당으로 가겠다고 누누히 밝혔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해 성사여부가 현재로선 불투명해졌다.

현재 민주당이 지역구 163석에 더불어시민당17석을 합해 180석의 거대여당이 됐다. 개헌만 못하지 맘만 먹으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떤 안건이든 패스트 트랙에 태울 수 있다. 민주당이 상상도 할 수 없는 힘을 가졌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선거전 예상 의석수 발언만 없었더라면 200석도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지역구에서 얻은 득표율은 민주당 49.9% 통합당 41.5%로 큰 차이가 안났다.

민주당 주가가 상종가를 보이자 당 지도부가 당선자들 한테 겸손을 주문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실이 터져나와 민주당이 혼란스러워졌다. 지난 7일 오 시장이 시장실에서 직원한테 컴퓨터를 가르쳐 달라고 하면서 성추행을 했다는 것. 안희정 충남지사에 이어 두번째로 이 같은 일이 발생하자 민주당 지도부가 오 시장을 제명하겠다고 했지만 여론은 악화일로다.

당선자는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당선자들이 혼신의 힘을 쏟아 당선의 영예를 안았지만 전북에서는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라서 수도권 등 경합지역에 비할 바가 못된다. 특히 통합당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단단히 벼른 것이 결국 부메랑 돼 쉽게 민주당쪽으로 표 결집현상이 나타났다. 문제는 각 당선자들이 문 대통령과 당 지지도에 얹혀서 당선된 것이나 다름 없어 당선자 스스로가 자력갱생하도록 절치부심해야 한다. 그래야 초 재선들이 선수(選數)를 극복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나갈 수 있다.

예전과 달리 전문성 없이는 상임위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정치적으로 캥거루족 신세를 벗어나면서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면 발이 닳도록 뛰어 다녀야 한다. 그래야 밥값하는 의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