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미래와 포스트 코로나

김판용 임실 지사중 교장·시인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들은 그 여파가 커서 구성원들의 의식은 물론 사회 시스템마저 바꿔버린다. 전쟁이나 전염병과 같은 재앙에 부딪히면 기존 질서의 민낯이 드러난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그 무섭던 양반과 남성들의 무기력이 드러났고, 이후 신분제의 모순과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상대적으로 활발해진 경우이다. 관성적으로 유지되던 생활습관과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고민은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이어진다.

제2차대전 이후 최악의 재앙이라는 코로나19의 파장도 그렇게 퍼져 나갈 것 같다. 우리나라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지만 세계적 확산 일로에 있다. 그리고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내년으로 연기된 동경올림픽마저 개최가 불투명하다고 하니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대혼란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이런 가운데 한쪽에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주도권을 잡겠다는 야심이다.

지난주 연예기획사 SM은 세계 최초로 소속 그룹 ‘슈퍼엠’의 온라인 공연을 진행했다. 이 공연에 세계 109개국, 7만5000명의 관객이 참여했다. 관람료가 한화 3민3000원 정도니 입장료만으로도 최소 25억을 벌어들였다. 며칠 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역시 ‘파이팅 콘서트’를 온라인으로 중계했다. 뮤지컬이나 연극 등이 시나브로 안방으로 향한다. 코로나 환경과 디지털 기술이 빚은 비대면 공연 문화이다.

코로나19 예방의 핵심은 비대면이다. 개학을 미루다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학교, 그러나 이런 비대면 교육이 일시적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온라인 교육으로 급격하게 기울면서 교사들의 수업 능력을 시험하려 들 것이다. 대표적 온라인 교육기관 미네르바대학이 하버드대보다 합격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비대면이 그리 생소한 것도 아니다. 은행을 가지 않고도 금융거래를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됐다. 대면 진료에 의존하고 있는 병원 역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모든 환자가 꼭 내원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떤 이는 대중교통의 종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교통정책 전반을 재조정해야 하는 문제라서 쉽지는 않겠지만 소형화, 자율주행 등으로 나갈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온라인 중심 거래가 가속화 될 것이다. 미국의 백화점 삼분의 일이 이미 문을 닫았다. 몇백억 들여 화려한 백화점 건물을 지을 이유가 없다. 배달앱의 출현으로 소위 상권의 위력이 약해져 가듯 임대료도 급격히 낮아질 것이다. 조리기구만 있으면 외곽에서도 음식을 만들어 배달앱 플랫폼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속설이 옛말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국제 관계도 다소 폐쇄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항공산업의 그림자가 어두울 것이란 전망이다. 그 외에도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떠났던 제조업의 리쇼어링이 본격화되고, 인건비에 대응할 스마트 공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선진국의 일자리는 늘겠지만 제품의 가격도 오를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뉴노멀, 갑자기 다가온 미래에 빨리 대응해야 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망하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를 먼저 개발하고도 내부 필름 기득권에 밀린 코닥의 몰락, 최초로 스마트폰을 내놓고도 퓨처폰 세력의 고집으로 시판을 못 하고 결국 문을 닫은 노키야의 사례를 타산지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판용 임실 지사중 교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