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이 있었다.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으로 총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포함 전체의석의 3/5이나 되는 180석을 얻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올 초까지만 해도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가 이렇게 되리라고 예측한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정권심판론’과 퇴행적 보수에 대한 ‘야당심판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대 국회는 식물국회니 동물국회니 하면서 역대최악의 무능국회라는 오명을 얻고 있었고, 이러한 국회에 대한 불만과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은 21대 총선에서 투표 포기로 이어져 투표율도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코로나19 사태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유행 초기 중국 다음으로 감염자가 많았지만 공격적인 검사와 감염자 추적,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로 코로나19를 잘 통제해 현재는 세계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외신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태에서 치러지는 우리나라의 선거를 크게 우려했지만, 정부가 철저한 선거 방역대책을 마련하고 국민들이 질서정연하게 투표를 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은 ‘현 사태에서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하는 지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대응과 한 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현 사태를 빨리 극복하는 데 일조하려는 유권자의 열망이 반영되어 21대 총선의 투표율은 66.2%로 1992년 14대 총선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또한 4·15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록적 압승을 거둔 요인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코로나 방역’일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총선에서 야기된 국민 간 분열을 봉합하고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 다투는 것이고, 최선의 정치는 국민의 마음에 따라서 다스리는 것이다’고 했다. 국가가 있는 듯 없는 듯 통제 없이 자연스럽게 국민의 마음에 따라 다스린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보이지만 무엇보다 어렵다. 국민의 통일된 의견을 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는 국민들의 의견 충돌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 장이다.
선거기간 동안 상호 비방 등으로 서로를 깎아 내린 후보자 간은 물론이고 유권자도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 선택이란 관점에서는 다른 후보자 지지자와는 대척점에 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21대 총선 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보다 낮은 자세로 야당의 의견도 수렴하는 자세를 취할 때 최선의 정치가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위기에 봉착해 있는 현 시국에서는 이에 덧붙여 ‘반보 앞서는 정치’가 필요하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의 발 빠른 대처와 의료진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헌신,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노력 등으로 세계 어느 국가보다 코로나19에 잘 대처하고 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팬데믹 전(前) 세계하고는 전혀 다른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국가 간 왕래도 이전처럼 자유롭지 않을 것이고 일상생활의 패턴도 많은 변화가 따를 것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코로나 이후 뉴노멀 시대에는 ‘서로 다른 의견을 포용하면서도 국민보다 반보 앞에서 이끌어 줄 지도자’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김종문 장수군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