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출신 이승수 전북영상영화치료학회장이 제6대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장에 취임한 지 한 달을 맞았다. 국내 영상영화치료 분야에서 유일한 공식 단체로, 영화제 기획 평론·학회 연구·전문가 양성 등에서 전국적인 권위와 위상을 떨치고 있다. 그간 서울 출신 회장들이 주도하던 학회에서 드물게 지역 출신이 회장에 추대되면서 주목도 받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 그는 지역 영화자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이 회장으로부터 취임 후 활동 계획과 지역 연계 발전 방안 등을 들어봤다.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제6대 회장에 취임하셨습니다. 전북 최초인데 소감이 어떠신지요.
“책임감에 부담이 큽니다만 한편 즐겁습니다.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회원들과 함께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취임 후 한달간 업무 인수하고, 임원 구성하고, 조직정비 하는 등 바쁘게 지냈습니다.”
-영상영화치료가 생소한 전북도민들에게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영상영화치료란 상담, 심리치료, 교육에 영화 및 영상매체를 활용하는 모든 방법을 지칭합니다. 영상매체가 인간 내면의 특수한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이를 상담과 교육에 적용하여 효과를 촉진시키는 기법인데요. 1990년대 미국에서 노인 사회복지 차원의 교육에서 발전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는 2004년 도입됐습니다. 2008년에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가 설립됐고, 현재까지 이 분야에서 유일한 독보적인 단체입니다. 단순한 연구자 모임에서 나아가 전국적으로 전문가와 실무자를 배출하고 저변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을 맡으며 학회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계셨지요.
“2014년부터 전북지부장으로 일했어요. 지부장 6년 여 동안 영화치료라는 생소한 콘텐츠를 전북 일원에 보급하는데 주력했습니다. 크게 기억에 남는 일은 전주국제영화제와 연계해 유명감독 초청 영화마당, 학술대회, 전북 일원의 문화탐방 등의 행사를 매년 실시한 것입니다. 이준익, 황동혁, 장준환, 윤가은 등 유명감독과 함께했고요. 매년 전국 회원 100여명이 참여했어요. 무주산골영화제에서는 4년 동안 관객과의 대화를 했는데요. 상담 형식으로 진행해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또 학회에 ‘영상영화심리상담사’라는 자격제도가 있는데, 전북에서 자격자를 100여 명 양성했습니다. 이분들이 현재 학교, 사회복지, 상담센터, 문화센터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앞서 언급한 전주국제영화제는 학회에서 매우 소중한 콘텐츠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영화 자산 덕분에 수도권 중심 전국 학회에서 지역 출신 회장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전북 영화자산과 연계해 학회가 발전하기에 좋은 토대인 것이죠. 전주국제영화제의 기치가 독립, 대안입니다. 이게 무엇에 대한 대안인가 살피면 상업성, 오락성에 대한 대안입니다. 인간을 탐구하고 예술성을 지향하죠. 영상영화치료에 접목하고 깊이 연구할 수 있는 영화자원이 아주 풍부합니다. 학회 소속 치유·교육·연구·상담사 수백여 명이 매년 열광하며 전주영화제를 찾습니다. 영화제의 영향인지 도민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 흥미, 의식수준, 치유수준이 높아요. 학회에서 전북 회원들의 비율도 상당하죠. 그래서 학회도 매년 전주국제영화제와 시즌에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활동을 하면서 의미 있거나 기억에 남는 활동 또는 일화가 있을까요.
“영화의 재미있는 요소를 활용하여 많은 사람을 위로한 게 기억에 남아요. 서부보훈지청 소속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이 영화 <국제시장> 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던 때, 광역센터의 치매 어르신들이 영화 <당신을 사랑합니다> 를 보면서 울고 웃던 때, 중학생들이 영화 <빌리엘리어트> 를 보면서 자기의 비전에 대하여 말할 때 좋았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센터에서 2014년부터 지금까지 매월 1회 ‘힐링 시네토크’를 하고 있는데요. 한 편의 영화를 같이 보고 나눔을 하는 자리입니다. 매월 30여 명이 참여하고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빌리엘리어트> 당신을> 국제시장>
-전북일보와의 인연도 깊습니다.
“2014년~2017년 사이에 ‘힐링시네마 에세이’연재, ‘문화마주보기’연재,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리뷰’ 등 80여 회 기고를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관객과의 대화도 3년 여 했는데요. 많은 질문을 받았고, 답변에서는 통찰과 의식화를 강조했습니다. 현상을 또 사물을 항상 새롭게 보고, 재구조화 하라는 뜻이었죠. 출향 인사들이 신문을 보고 책을 보내달라고 할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회장님의 영상영화치료 입문 계기가 궁금해집니다.
“2004년에 위암수술을 받았습니다. 진단 받으면 죽음을 먼저 생각하는 때였죠. 자신에게 너무 가혹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먼저 제 마음을 치료하기로 했어요. 운명처럼 영화치료가 앞에 나타났죠. 영화치료를 국내에 도입한 심영섭 박사를 만났고, 사사하면서 학교에서 전공수업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영화를 많이 봤어요. 입문하고 2천 여 편 본 것 같아요.”
-출범 12주년을 맞은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가 그간 전국적인 명성을 쌓아왔다면 이제는 도약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수장으로서 책임감도 막중할 것 같습니다.
“대중이 영화치료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영화를 보며 감동하고, 정서적 통찰을 하지요. 그러나 영화 보는 순간이 지나가면 대개 그것으로 끝입니다. 내가 그 대목에서 왜 울고, 웃었는지, 벅찬 감동을 느낀 연유가 무엇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영화에는 동일시, 투사, 공감, 모방, 주인공을 이상화 하는 등의 심리 치유 기제가 있거든요. 핍진성(逼眞性)을 강조해야죠. 다음은 영상매체가 오락 수단에 그치지 않고, 치유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 생각입니다. 전 국민이 손안에 영화관을 하나씩 지니고 있지 않습니까. 좋은 재료입니다. 또 영화를 교육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
-임기 내 최종 목표가 무엇입니까.
첫째, 학회의 법인화로 보다 폭넓은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둘째, 영화치료 콘텐츠를 다양화 하는 일입니다. 영화보고 해석하고, 해설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지요. 영화치료는 방향이 많이 다릅니다. 영화의 미학보다는 영화가 얼마나 우리 삶의 고통과 공명하는지 찾아내어 필요한 분들과 상호작용 할 것입니다.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겠죠. 셋째, 영화치료를 수행하는 우수한 자격자를 많이 배출하겠습니다.”
-올해 구체적인 학회 계획도 말씀해주시죠.
“영화 만들기 치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화 만드는 과정에서 치유 효과가 배가되니까요. 가족, 비전, 자서전, 사랑 등 생애주기에 맞춰 프로그램을 만들 것입니다. 또 문화나 상담에서 소외된 시골 마을회관을 순회하면서 어르신들의 마음을 보듬어드리겠습니다. 지자체,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관련 기관, 단체와 협조해 진행할 일입니다. 도서관, 문화센터 등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활발히 만날 예정입니다.”
-도민들에게 영상영화 치료에 관해 한 말씀해 주신다면요.
“마음 아플 때, 외로울 때, 친구가 필요할 때 영화를 보십시오. 살면서 고통이 들어오는데. 내보낼 통로를 찾아야 합니다. 영화를 도구로 써보세요. 숨구멍 역할을 할 것입니다. 영화를 잘 골라야 하는데요. 학회로 질문하시면 성심껏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승수 회장은 전북 1호 영상영화심리상담사…도내 저변화 앞장서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의 이승수 회장은 전북지역에 ‘영상영화치료’를 전파하고 확산에 앞장선 도입자다.
영화치료를 국내에 도입한 심영섭 박사를 사사했고, 전북 출신 최초로 영화영상심리상담사를 취득했다. 2014년부터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을 맡아 생소한 콘텐츠를 전북에 알리기 위해 힘썼고 영화감독 초청 대화, 학술대회, 상담사 양성 등을 진행했다.
전북대학교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명지대학교사회교육대학원 평생교육학 석사를 마치고 건신대학원대학교 문화예술치료학 박사를 수료한 후 현재 가천대 겸임교수와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 <울면지는거야> , <영화보고 갈래요> , 공저 <영화치료의 기초(이해와 활용)> , 영화치료 논문 <영화치료의 치료요인과 효과적인 영화선택에 관한 기초연구> 를 펴냈다. 영화치료의> 영화치료의> 영화보고> 울면지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