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지역 우리밀 농가, 봄철 냉해로 ‘울상’

전체 재배 면적 250ha 가운데 240ha 피해
농작물 재해보험조차 미가입…농가 '한숨'

지난 8일 정헌율 익산시장이 심각한 저온피해를 입은 우리밀 영농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실상은 알곡이 없는 완전 ‘맹탕’ 이야, 수확이고 뭐고 이미 상품성을 잃어 버렸기 때문에 그냥 갈아 엎어 버려야 해.”

익산지역 밀 재배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가을걷이한 논에 파종한 밀이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4월 추위로 심각한 봄철 냉해 피해를 입으면서 사실상 올해 농사를 망쳤기 때문이다.

익산시 오산면 일대.

대표적인 밀 재배단지다.

하지만 지난 4월 4일부터 6일간에 걸쳐 최저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떨어지는 이상저온 현상이 발생하면서 심각한 냉해 피해를 입었다.

밀 알맹이가 제대로 여물지 못한 쭉정이 상태의 백수현상 타격을 입힌 것이다.

농민 김 씨(65)는 “냉해 피해를 입으면 수정도 안되고 잘 자라지도 않아요. 이런것은 사료로도 쓸수가 없어 그냥 갈아 엎어야 한다”며 허탈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올해의 밀 농사는 완전 망했다”며 깊은 한 숨을 재차 내 쉬었다.

익산지역 밀 재배 전체 면적은 대략 250ha에 달한다.

이 가운데 무려 96%인 240ha 가량에서 냉해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익산시는 잠정 파악하고 있다.

사실상의 완전 초토화다.

익산 밀이 이처럼 심각한 냉해 피해를 입게 된 것은 우리밀 품종 ‘백강’ 선택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지난 2016년 개발한 ‘백강’은 단백질과 글루텐 함량이 높아 빵을 만들었을 때 부피가 크고, 식감도 부드럽게 만들어 빵 원료로 인기가 높으나 상대적으로 추위에 약해 피해가 더 컸다는 지적이다.

김 씨는 “오산면에선 대부분 백강으로 재배가 됐는데 이 품종은 대비 품종인 ‘조경’ 보다 냉해에 약하다. 그래서 이번에 피해를 더 많이 본것 같다”고 부연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들 농민의 주름은 쉽사리 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재해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냉해 피해를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할 형편이다.

또한, 정확한 피해 실태 조사를 이유로 피해복구 시기가 자칫 늦어질수 있다는 우려도 주름을 더욱 골 깊게 만든다.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익산시의 피해 상황 조사를 거쳐 오는 22일까지 국가재난관리시스템에 입력해야 국가 보상을 기대할 수 있으나 이럴 경우 피해 복구계획 수립과 지원이 다음 달에나 가능해 자칫 모내기 시기를 놓쳐 쌀 농사까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속앓이에서다.

이모작을 해야 하는 농민의 입장에선 당장 밀대를 베어내야 하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급기야, 정헌율 익산시장은 지난 8일 저온피해를 입은 오산면 일대 우리밀 농사 현장을 찾아 긴급 재난지원금 지원을 통한 피해 최소화를 농가에 약속했다.

정 시장은 “내년부터는 밀을 포함해서 모든 농작물 재해보험을 광범위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시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피해 조사를 마무리해 이모작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모든 일정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