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올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10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가장 큰 변화는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담당해온 현장 조사, 응급조치 등 관련 업무를 2022년까지 지자체 소속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수행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 아동과 학대 행위자를 대상으로 심층적인 상담과 교육, 치료를 전담하며 아동학대의 재발 방지와 사례관리 및 예방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아동보호체계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가고 있는 전라북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도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재편을 통해 현장 조사와 사례관리 기능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전라북도남원시아동보호전문기관도 올해 1월부터 촘촘한 사례관리를 위해 남원지역의 아동학대 사례관리전담기관 기능으로 역할을 전환했다. 단순 재학대 모니터링에서 벗어나 아동학대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굿네이버스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아동과 가족의 필요에 따라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아동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례관리전담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위기 대응과 사건처리 업무에 치여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단순 재학대 모니터링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이로 인해 피해 아동과 학대 행위자를 대상으로 심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발간한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발생 장소 중 80.3%가 가정 내에서 발생했고, 학대 행위자 중 부모에 의한 학대발생이 76.9%에 달했다. 재학대 건수도 2016년 1,591건, 2017년 2,160건, 2018년 2,543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아동이 가정 내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재학대의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학대가 발생한 가정에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례관리가 절실하다.
아동학대 사례관리 업무는 응급조치를 통한 아동 분리, 아동과 가족의 재결합, 행위자의 법적 처분 이행 등 일반 사례관리와는 다른 특수성을 갖고 있다. 아동학대의 조기발견을 통해 심각한 학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피해 아동과 학대 행위자를 대상으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례관리를 통해 가족 기능을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의 공적 책임 강화를 위한 노력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로서 아동학대 사례관리 업무의 전문화, 안정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응책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 무엇보다 아동학대 범죄 사건의 발생부터 사례관리의 종료까지 아동보호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업무를 수행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종사자 등 인프라의 확충, 안정적 예산구조와 같은 선결 과제 해결이 수반되어야 한다.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아동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내일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아동학대 사례관리에 통합적인 관점을 갖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을 바란다.
/김수경 전라북도 남원시아동보호전문기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