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원년인 2017년에 제37주년 5.18 기념식 제창곡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정해 부르도록 관련 부처에 지시했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정부가 1997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정부 기념일로 지정한 후 2008년까지 ‘제창’ 형식으로 불린 민중가요이다. 이후 ‘제창’은 2009년부터 종북 논란의 이유로 ‘합창’ 형식으로 전환되었고 2010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경기민요인 ‘방아타령’을 식순에 넣어 거센 비난을 받고 철회하기도 했다.
‘제창’은 참석한 모든 이가 함께 부르는 음악의 형식이다. 그리고 ‘합창’은 여러 화성을 만들어 함께 부르는 노래 형식이긴 하지만 이 또한 누구나 다 같이 부를 수도 있는 형식이 바로 ‘합창’이다. 그러나 정부는 별도의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면 나머지 참석자는 따라 부르지 않아도 무방한 형식이라 공지하며 의식적인 동참을 회피했었다. 이후 이러한 ‘제창’과 ‘합창’은 각각의 논리와 변(辯)으로 서로의 정치적 의미를 내포했고 화합을 추구하는 민주적 추모 행사에 전대미문의 음악적 궤변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국가가 인정한 민주화 추모 행사에 애매한 음악의 갈래로 의미 부여를 혼란시켰으며, 때아닌 경기민요의 등장으로 성급한 정책의 혼돈만을 남겼다.
다시 돌아온 5월 18일. 옛 전남도청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온 세계로 울려 퍼졌다. 코로나19의 어려운 시국에도 국민들은 한마음으로 마음속 깊이 응어리졌던 노래를 부르며 선열(先烈)의 정신을 세상 밖으로 용출시켰다. 우리나라에 전해 오는 음악은 대부분 마음에서 나온다. 우리 선조들은 소중한 분을 잃었을 때 그 앞에서 곡을 했고, 힘든 일을 할 땐 노동요로 그 고됨을 이겨 냈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공동체 삶 속에 희로애락의 노래를 자생적으로 만들어 불렀고, 그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더 나은 세상,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역사는 한 시대를 대변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들었고 그 노래는 국민들 가슴속에 자리 잡아 한 시대의 위안이자 노래로 남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나간 아픈 역사적인 산물로 만들어진 노래이다. 비장한 단조의 멜로디는 역사의 뒤안길이요, 흐르는 곡의 4/4박자는 우리들의 맥박이다. 그리고 외치는 간결한 가사는 우리 역사의 심장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통해 처절하게 돌아가신 유공자들의 영혼을 달래 줄 수 있다면, 또한 우리의 후대들로 하여금 다시 이러한 역사의 불행이 오지 않게 동기 부여를 한다면 제창이 중요하리요, 합창이 뭐 그리 중요하리요.
우리의 대통령은 지난 후대 정부의 정책에 대해 많은 개혁을 실행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소중히 함께 부르고 싶어 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울림이다. 다시금 국가적 추모 행사에 때아닌 ‘방아타령’이 언급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또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과 ‘합창’이란 음악적 논쟁 앞에 멈추지 않고 아픔 없는 나라를 위한 민중의 노래로 남아 그 의를 돌아보며 영원히 함께하는 역사적 산물이 되기를 소원해 본다.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한국학 박사